인터넷에서 헌법소원을 검색하면 대부분의 글이 "법원의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설명은 지금은 맞지 않습니다. 2026년 3월 12일 헌법재판소법이 개정되면서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 대상이 되었습니다. 다만 아무 재판이나 다시 다툴 수 있게 된 것은 아닙니다. 이미 확정된 재판만 대상이 되고, 청구할 수 있는 사유도 세 가지로 한정되며, 기한은 재판이 확정된 날부터 30일로 매우 짧습니다. 이 글에서는 조문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어떤 재판이 어떤 경우에 해당하는지, 받아들여지면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무엇이 달라졌나요?
헌법소원은 원래 국가가 한 일(또는 하지 않은 일) 때문에 헌법이 보장하는 내 권리를 침해당했을 때, 헌법재판소에 판단해 달라고 하는 제도입니다. 여기서 '국가가 한 일'을 법에서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종전 조문에는 중요한 단서가 하나 붙어 있었습니다. 바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는 문구입니다. 국가기관이 한 일이라도 법원이 한 재판만은 헌법소원으로 다툴 수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은 재판 결과가 아무리 억울해도, 대법원까지 가서 확정되면 그것으로 절차가 끝났습니다.
2026년 3월 12일 개정으로 이 문구가 조문에서 삭제됐습니다. 지금의 조문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기본권을 침해받은 사람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고,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으면 그 절차를 모두 거친 뒤에 청구할 수 있다고만 정하고 있습니다(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재판을 빼 두던 문구가 사라졌으므로,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정리하면 달라진 것은 한 가지입니다. 예전에는 문이 아예 닫혀 있었고, 지금은 문이 열리되 아주 좁게 열렸습니다. 그 '좁게'가 어느 정도인지가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어떤 재판이, 어떤 경우에 대상이 되나요?
문턱은 두 개입니다. 두 개를 모두 넘어야 합니다.
첫째 문턱 — 확정된 재판이어야 합니다. 지금 1심이 진행 중이거나 항소심에 올라가 있는 사건은 대상이 아닙니다. 아직 법원에서 다툴 방법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심 판결이 억울하다면 그때 할 일은 헌법소원이 아니라 항소입니다. 법원 안에서 다툴 수 있는 길이 모두 끝나 재판이 확정된 뒤에야 이 제도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둘째 문턱 — 아래 세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합니다. 조문은 이 세 가지에 '한정하여' 청구할 수 있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3항). '예시'가 아니라 '한정'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 조문이 정한 사유 | 쉽게 말하면 | 예를 들면 | |
|---|---|---|---|
| 1 | 법원의 재판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 헌법재판소가 이미 내려 둔 결정과 어긋나게 재판한 경우 | 어떤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이미 있는데도, 법원이 그 조항을 그대로 적용해 판결한 경우 |
| 2 | 법원의 재판이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 재판을 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절차를 건너뛴 경우 | 당사자에게 알려주고 의견을 들어야 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재판이 진행된 경우 |
| 3 | 법원의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 | 재판의 '내용'이 헌법·법률에 어긋난 것이 누가 봐도 분명한 경우 | 법 조문에 분명히 적혀 있는 요건을 정면으로 거스른 판단이 이루어진 경우 |
세 번째 사유가 가장 넓어 보이지만, 여기에는 '명백한'이라는 말이 붙어 있습니다. 이 한 단어가 실질적인 문턱입니다. "판단이 나와 다르다", "증거를 잘못 봤다"는 주장은 재판 결과에 대한 불복이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 명백하다는 것과는 다릅니다. 이 차이를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한편 헌법소원에는 원래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으면 그 절차를 모두 거친 뒤에 청구해야 한다는 요건이 있습니다.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이 요건이 재심 등 다른 절차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맞물리는지는 아직 헌법재판소의 명확한 판단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재심과 이 제도 중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가 문제 되는 상황이라면 개별적으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기한은 언제까지인가요? — 확정일부터 30일
이 제도에서 가장 놓치기 쉬운 것이 기한입니다. 헌법소원의 청구기간은 유형에 따라 다르게 정해져 있는데,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은 그 재판이 확정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같은 조항이 정하는 일반적인 헌법소원의 기간(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사유가 있는 날부터 1년)과 견주면 훨씬 짧습니다.
| 유형 | 언제부터 | 얼마 안에 |
|---|---|---|
| 일반적인 헌법소원 |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 / 사유가 있는 날 | 90일 / 1년 |
| 다른 법률의 구제절차를 거친 경우 | 그 최종결정을 통지받은 날 | 30일 |
|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 재판이 확정된 날 | 30일 |
30일이 왜 촉박한지는 실제로 해야 할 일을 떠올려 보면 분명해집니다. 판결문과 사건 기록을 확보하고, 세 가지 사유 중 무엇에 해당하는지 정리하고, 대리인을 선임해 서면을 써야 합니다. 게다가 헌법재판소의 심판절차에서 개인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지 않으면 심판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대리인을 찾는 시간까지 이 30일 안에 들어갑니다.
재판이 확정된 날을 넣으면 30일이 며칠까지인지 법률 기한 계산기에서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재판이 확정됐다면 그날부터 달력에 날짜를 적어 두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입니다.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면 헌법재판소에 국선대리인 선임을 신청할 수 있고, 이 경우 청구기간은 국선대리인 선임신청이 있는 날을 기준으로 봅니다. 즉 기한이 임박했다면 선임신청 자체를 먼저 해 두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시행 전에 확정된 재판은 어떻게 되나요?
개정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되었고, 시행 이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경우부터 적용됩니다(법률 제21452호 부칙 제1조·제2조). 즉 적용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재판이 언제 확정됐는지가 아니라 청구를 언제 하는가입니다.
다만 시행 전에 이미 확정되어 있던 재판은 사정이 단순하지 않습니다. 적용 기준은 '언제 청구했는가'인데, 정작 기한은 앞서 본 것처럼 '재판이 확정된 날'부터 세도록 되어 있고, 부칙에는 이 경우 30일을 언제부터 세는지에 관한 규정이 따로 없습니다. 그래서 오래전에 확정된 재판을 두고 이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면, 기간 계산을 어떻게 볼 것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헌법재판소의 명확한 판단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이면 어떻게 되나요?
여기서 오해가 가장 많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사건의 결론을 대신 내려 주는 것이 아닙니다.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가 법원의 재판인 때에는 헌법재판소가 그 재판을 취소하고, 법원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해야 합니다(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4항). 그리고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하므로(같은 조 제1항), 다시 재판하는 법원도 그 결정 취지에 구속됩니다.
쉽게 말하면 이런 순서입니다.
- 헌법재판소가 청구를 받아들인다.
- 문제가 된 그 재판이 취소된다.
- 법원이 그 사건을 다시 재판한다. 이때 헌법재판소가 밝힌 취지를 따라야 한다.
그래서 이 제도의 효과는 "판결이 곧바로 반대로 바뀐다"가 아니라 "다시 재판받을 기회가 열린다"에 가깝습니다. 다시 한 재판에서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그 사건의 내용에 달려 있습니다. 이 점을 정확히 알고 시작해야 기대와 결과가 어긋나지 않습니다.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과는 무엇이 다른가요?
헌법재판소에 가는 길은 하나가 아닙니다. 이름이 비슷해 혼동이 잦으므로 한 표로 정리합니다.
| 무엇을 다투나 | 언제 쓰나 | 기한 |
|---|---|---|
| 공권력의 행사·불행사 (일반 헌법소원) | 행정기관 등의 처분이나 부작위로 기본권을 침해당했을 때. 다른 구제절차가 있으면 그것부터 모두 거친 뒤 | 안 날부터 90일 / 있는 날부터 1년 |
| 법원의 확정된 재판 (이 글의 주제) | 확정된 재판이 위 세 가지 사유 중 하나에 해당할 때 | 확정일부터 30일 |
| 법률의 위헌 여부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 | 내 재판의 결론을 좌우하는 법률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볼 때. 내 사건을 맡은 법원에 서면으로 신청하고, 법원이 받아들이면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제청한다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 | 재판이 진행되는 중 |
| 제청신청이 기각된 경우 (위헌심사형 헌법소원) | 위 신청을 법원이 기각했을 때, 당사자가 직접 헌법재판소에 청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 | 기각 결정을 통지받은 날부터 30일 |
핵심적인 차이는 무엇을 겨냥하느냐입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은 법률을 겨냥하고, 이 글에서 다루는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은 그 법률을 적용한 재판 자체를 겨냥합니다. 그리고 일반 헌법소원은 행정기관 등의 처분을 주로 겨냥합니다.
그래서 순서를 잘못 잡으면 시간만 흘러갑니다. 예를 들어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데 법률이 문제라면 지금 할 일은 헌법소원이 아니라 제청신청입니다. 반대로 행정기관을 상대로 다투기 전이라면, 먼저 근거 자료부터 확보하는 편이 훨씬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자료를 받는 방법은 정보공개청구 하는 법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실무에서는 이렇게 갈립니다
이 제도에서 실제로 승부가 갈리는 지점은 두 곳입니다.
첫째, '명백한'이라는 요건입니다. 세 번째 사유는 문언만 보면 넓어 보여서, 재판 결과가 억울한 분들이 가장 먼저 눈길을 두는 곳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 '명백한' 경우라는 제한이 붙어 있습니다. 실무에서 이 말은 "길게 설명해야 겨우 납득되는 잘못"이 아니라 "조문과 재판을 나란히 놓으면 곧바로 드러나는 어긋남"을 요구하는 쪽으로 작동합니다. 증거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사실관계를 어떻게 인정했는지에 대한 다툼은 대개 이 요건을 넘기 어렵습니다. 그것은 재판 결과에 대한 불복이지, 위반이 명백하다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도 이 점을 거듭 확인하고 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위 세 가지 사유를 주장하더라도 그 실질이 법원의 사실인정이나 증거 평가, 법률 적용의 당부를 다투는 것이거나 재판 결과에 대한 단순한 불복에 불과하다면 조문이 정한 청구 사유를 갖춘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아, 실제로 각하하고 있습니다(헌재 2026. 4. 7. 2026헌마838 등).
그래서 준비의 방향도 달라집니다. "이 재판은 부당하다"를 길게 쓰는 것보다, 세 가지 사유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고르고 그 하나에 맞춰 자료를 모으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첫 번째 사유(헌법재판소 결정에 반하는 취지)는 어긋난 대상인 헌법재판소 결정을 특정할 수 있는지가, 두 번째 사유(적법절차)는 그 절차 위반이 기록에 남아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이 둘은 겨냥할 지점이 또렷한 반면, 세 번째 사유는 '명백성'이라는 벽을 넘어야 합니다.
둘째, 30일이라는 기한 관리입니다. 상담에서 가장 자주 어긋나는 것이 판결 선고일과 확정일을 같은 날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두 날짜는 다릅니다. 판결은 선고된 뒤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되었을 때 확정되고, 그 시점은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됐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30일을 세기 전에 '내 사건이 정확히 언제 확정됐는가'부터 확정해야 합니다. 이 계산을 잘못하면 내용이 아무리 옳아도 판단을 받아보지 못하고 끝납니다.
여기에 대리인 선임이라는 변수가 겹칩니다. 헌법소원은 변호사를 선임해야 청구할 수 있으므로, 30일 안에 '변호사를 찾는 시간'까지 들어 있다는 점을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형편이 어렵다면 국선대리인 선임신청을 먼저 해 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앞서 본 것처럼 이 경우 청구기간은 그 신청일을 기준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특히 판단이 까다로운 경우들
아래는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지점들입니다. 공통점은 기한이 지나기 전에 방향부터 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재판이 정확히 언제 확정됐는지 스스로 계산하기 어려운 경우
- 억울한 지점은 분명한데, 그것이 세 가지 사유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정리되지 않는 경우
- 재판 결과가 헌법재판소의 기존 결정과 어긋나는 것 같은데 그 결정을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
- 재판 과정에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느끼지만 그것이 기록에 어떻게 남아 있는지 모르는 경우
- 재심 등 다른 절차와 이 제도 중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 경우
- 개정법 시행 전에 확정된 재판이라 적용 여부부터 확인해야 하는 경우
이 제도는 문이 좁고 기한이 짧습니다. 위와 같은 상황이라면, 서면을 쓰기 전에 남은 날짜를 먼저 계산하고 어느 사유로 갈지부터 정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핵심 요약
- 2026년 3월 12일 개정으로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빼 두던 문구가 삭제되었습니다.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다"라는 설명은 이제 맞지 않습니다.
- 다만 대상은 확정된 재판뿐입니다. 진행 중인 사건은 법원 안에서 먼저 다투어야 합니다.
- 청구할 수 있는 사유는 세 가지에 한정됩니다 — ① 헌법재판소 결정에 반하는 취지의 재판 ②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재판 ③ 헌법·법률 위반이 명백한 재판.
-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세 번째 사유의 '명백한'이 실질적인 문턱입니다.
- 기한은 재판이 확정된 날부터 30일로, 일반 헌법소원보다 훨씬 짧습니다. 선고일이 아니라 확정일이 기준입니다.
- 받아들여지면 그 재판이 취소되고 법원이 다시 재판합니다. 헌법재판소가 결론을 대신 내려 주는 것이 아니라, 다시 재판받을 기회가 열리는 것입니다.
- 헌법소원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야 청구할 수 있고, 형편이 어려우면 국선대리인 선임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신청일이 기간 계산의 기준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최신 법령·판례를 바탕으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