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를 살던 가족이 세상을 떠나면, 남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듣는 말이 있습니다. "계약자가 돌아가셨으니 계약은 끝난 겁니다." 집주인이 그렇게 말하기도 하고, 남은 가족이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양쪽 다 틀렸습니다.

세입자가 사망해도 임대차계약은 저절로 끝나지 않습니다. 세입자가 가지고 있던 권리와 의무가 그대로 남은 사람에게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 집을 비워 주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여기서 두 가지가 갈립니다. 하나는 "누가" 이어받는가입니다. 상속인이 있는지, 그 상속인이 그 집에서 함께 살고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다른 하나는 이어받는 것이 좋기만 한 일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밀린 월세 같은 빚도 함께 넘어오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계약이 왜 끝나지 않는지, 누가 이어받는지,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함께 살던 사람은 어떻게 되는지, 보증금은 누가 받는지, 그리고 돌아가신 분에게 빚이 많을 때 장례 직후에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를 순서대로 설명합니다. 이 글은 주택에 세 들어 살던 분이 사망한 경우만 다룹니다.

세입자가 사망하면 계약은 끝나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끝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돌아가신 분이 남긴 것은 상속인에게 통째로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법은 상속인이 돌아가신 때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1005조). 말이 어렵지만 뜻은 단순합니다. 여기서 '피상속인'은 돌아가신 분을 가리키고, '포괄적으로 승계한다'는 것은 돈이 될 만한 것만 골라서가 아니라 권리도 의무도 통째로 그대로 넘어간다는 뜻입니다. 마치 가방 하나를 통째로 물려받는 것과 같아서, 가방 안에 좋은 것만 있으면 좋겠지만 빚이 들어 있어도 함께 받게 됩니다.

세를 살 권리, 즉 임차권도 여기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계약은 사라지지 않고 남은 기간 동안 그대로 이어집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도 마찬가지로 그대로 남습니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2년짜리 전세계약으로 살던 집에서 계약 기간을 1년 남기고 돌아가셨다면, 그 남은 1년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집주인이 "계약자가 없어졌으니 계약도 없어졌다"며 새 계약을 요구하거나 방을 비우라고 할 근거는 되지 않습니다.

한 가지만 정확히 해 두겠습니다. 여기서 확인된 것은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는 계약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유만으로'라는 말을 빼면 안 됩니다. 월세를 크게 밀렸다거나 계약을 심하게 어긴 사정이 따로 있으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계약서에 어떤 조항이 들어 있는지도 사안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럼 누가 이어받나요? — 상속인이 있는 경우

계약이 이어진다면, 이제 누가 세입자 자리에 서는지가 문제입니다. 원칙은 간단합니다. 상속인이 있으면 상속인이 이어받습니다.

상속인이 되는 순서는 법으로 정해져 있어서, 가까운 순서대로 ① 자녀·손자녀 같은 직계비속 → ② 부모·조부모 같은 직계존속 → ③ 형제자매 → ④ 4촌 이내의 방계혈족입니다(민법 제1000조 제1항). 앞 순위에 해당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뒤 순위는 상속인이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있으면 부모나 형제자매는 상속인이 되지 않습니다.

혼인신고를 한 배우자는 이 순서와 별도로 정해져 있습니다. 자녀나 부모 같은 상속인이 있으면 그들과 함께 공동상속인이 되고, 그런 상속인이 아무도 없으면 혼자 상속인이 됩니다.

상속인이 여러 명이면 여러 명이 함께 세입자의 지위를 이어받습니다. 자녀가 셋이라면 셋이 모두 그 계약의 당사자 자리에 서게 되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나중에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 "누가 청구하느냐"가 실제로 문제가 되는데, 이 이야기는 뒤에서 다시 하겠습니다.

누가 상속인이 되는지, 상속분은 어떻게 계산되는지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상속 순위와 법정상속분, 내가 받을 상속분은 얼마일까?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함께 살던 사람은?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오해가 많은 대목입니다. 검색을 해 보면 "함께 살던 사실혼 배우자는 그 집을 이어받는다"는 설명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법은 그렇게 단순하게 되어 있지 않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이런 상황을 위한 특별한 조항이 있습니다. 임차인이 상속인 없이 사망한 경우에는 그 주택에서 "가정공동생활을 하던 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자"가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다는 것입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1항). 법률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관계를 정면으로 불러 주는 드문 조문입니다. 여기서 '가정공동생활'은 어려운 말 같지만, 한집에서 함께 살림을 하며 사는 것을 뜻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조항이 언제 적용되는지입니다. 상황에 따라 결과가 세 갈래로 갈립니다.

세입자가 사망했을 때 상황 누가 이어받나 근거
상속인이 아무도 없는 경우 그 집에서 함께 살림하며 살던 사실혼 배우자가 단독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1항
상속인은 있지만 그 집에서 함께 살고 있지 않은 경우 사실혼 배우자와 2촌 이내의 친족이 공동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2항
상속인이 그 집에서 함께 살고 있던 경우 위 두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조문에 규정이 없다 — 가장 흔한 오해 지점)
이어받은 뒤 밀린 월세 같은 빚도 함께 넘어온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4항

한 가지 덧붙이면, 여기서 '2촌 이내의 친족'이 그 집에서 함께 살던 2촌 이내의 친족을 가리키는지, 아니면 상속인인 2촌 이내의 친족을 가리키는지에 대해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대법원이 아직 이 점을 명확히 판단하지 않았으므로,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표만 보면 딱딱하니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아버지가 혼인신고 없이 함께 살던 분과 원룸에 살고 계셨고, 자녀는 결혼해 다른 집에 살고 있었다고 해 봅시다. 이 경우 상속인인 자녀는 있지만 그 집에서 함께 살고 있지 않았으므로, 함께 살던 분과 2촌 이내의 친족이 공동으로 이어받는 갈래에 들어갑니다. 반대로 아버지와 자녀가 그 집에서 함께 살고 있었다면, 위 조항들은 아예 적용되지 않고 상속의 원칙대로 처리됩니다.

정리하면 "함께 살았으니 당연히 내가 이어받는다"고 볼 수 없고, 반대로 "혼인신고를 안 했으니 아무 권리가 없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상속인이 있는지, 그 상속인이 그 집에서 함께 살고 있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답이 나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가까운 사이였다"가 아니라 그 주택에서 함께 살림을 하며 살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그 사실을 실제로 무엇으로 증명해야 하는지는 사안마다 다릅니다. 실무에서는 주민등록등본(전입신고 내역),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재 내역, 공과금 납부 내역, 생활비 이체 기록, 주변인의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합니다. 어느 하나만으로 충분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여러 자료를 함께 갖추는 것이 안전합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함께 산 관계가 법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 어떤 국면에서 보호받고 어떤 국면에서 보호받지 못하는지는 혼인신고를 안 한 사이, 헤어질 때 재산은? — 사실혼 재산분할과 상속에서 따로 다루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임대차라는 국면 하나만 봅니다.

집주인이 "나가라"고 할 수 있나요? — 계속 살 권리

앞서 본 대로 사망은 계약을 끝내는 사유가 아니므로,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 방을 비우라고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남은 가족이 걱정하는 것은 조금 다른 지점입니다. "집주인이 집을 팔아 버리면 어떻게 되느냐"입니다.

이때 힘을 발휘하는 것이 대항력입니다. 대항력이란 집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도 계약을 그대로 주장할 수 있는 힘을 말합니다. 법은 임대차의 경우 등기가 없더라도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 다음 날부터 제3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고 정하고 있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여기서 '주택의 인도'는 실제로 그 집에 들어가 사는 것을, '주민등록'은 전입신고를 마친 상태를 가리킵니다.

즉 세입자가 이 두 가지를 갖추어 두었다면, 집이 팔려도 새 주인에게 그대로 계약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 대항력이 어떻게 생기고 언제부터 효력이 있는지, 확정일자는 왜 따로 받아야 하는지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받는 법에 자세히 정리해 두었습니다.

계약 기간을 둘러싼 상황은 아래와 같이 나뉩니다.

상황 결과 주의할 점
계약 기간이 남아 있다 남은 기간 그대로 이어진다 사망은 계약 종료 사유가 아니다
계약 기간이 끝나 가는데 양쪽 다 아무 말이 없었다 같은 조건으로 다시 계약한 것으로 본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제1항
그렇게 갱신된 뒤 나가고 싶다 언제든 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통지가 도달한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 제2항
2기분 월세를 밀린 상태였다 갱신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갱신요구도 거절될 수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제3항

표 둘째 줄의 상황을 흔히 묵시적 갱신이라고 부릅니다. 양쪽 다 아무 말이 없어서 같은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보는 것인데, 자세한 요건과 기간은 묵시적 갱신과 계약갱신청구권의 차이에서 다루었습니다.

여기서 자주 나오는 또 하나의 질문이 계약갱신요구권입니다. 이 권리는 임차인이 1회에 한하여 행사할 수 있고, 그렇게 갱신된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으로 봅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2항). 집주인이 어떤 사유로 이를 거절할 수 있는지는 계약갱신청구권 거절 사유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다만 세입자의 지위를 이어받은 사람이 이 갱신요구권을 그대로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대법원이 명확하게 판단한 사례가 없습니다. 임차권을 상속받은 경우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의 권리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므로(민법 제1005조) 갱신요구권도 함께 넘어온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갱신요구권이 임차인 본인의 주거 안정을 위한 일신전속적 성격을 갖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이 점은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갱신요구권 행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미리 전문가와 확인해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보증금은 누가 받나요?

보증금은 계약을 이어받은 사람이 돌려받습니다. 세입자의 권리가 그대로 넘어간 것이므로, 보증금을 돌려 달라고 할 권리도 함께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어받은 사람이 여러 명일 때입니다. 상속인이 자녀 셋이라면 셋이 함께 권리를 갖게 되고, 집주인 입장에서는 누구에게 얼마를 주어야 하는지가 곧바로 문제가 됩니다. 한 사람에게 전부 주었다가 다른 상속인이 나중에 다시 청구하면 곤란해지기 때문에, 집주인이 지급을 미루는 일도 실제로 생깁니다.

실무에서는 보통 상속인 전원이 확인되는 서류를 갖추어 함께 청구하는 방식으로 정리합니다. 서로 다툼이 있어 정리가 어려우면 집주인이 법원에 보증금을 맡기는 공탁이라는 방법으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상속인들끼리 이어받는 경우에는 각자의 법정상속분에 따라 나누는 것이 원칙입니다. 반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2항에 따라 사실혼 배우자와 2촌 이내 친족이 공동으로 이어받는 경우에는, 법원은 이들 사이에서 균등하게 나누어 귀속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24. 9. 25. 선고 2023가단138416 판결). 다만 공동승계인의 범위나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금액이 크다면 미리 확인해 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공동으로 이어받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집주인이 위와 같이 공탁(供託)하는 방법을 쓸 수 있습니다(인천지방법원 2024. 4. 18. 선고 2021가합60747 판결,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2. 5. 13. 선고 2020가합73849 판결 참조).

그래서 실무에서 권해 드리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상속인이 누구인지 확정하고, 그 다음에 집주인과 보증금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순서가 뒤바뀌면 서류를 몇 번씩 다시 갖추게 되고, 그 사이에 시간만 흘러갑니다.

보증금을 실제로 돌려받는 절차 자체는 세입자가 살아 있을 때와 다르지 않습니다. 집주인이 돌려주지 않을 때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는 전세 계약 끝났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안 줍니다 — 순서대로 하는 법에 순서대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만약 그 집이 경매로 넘어간 상황이라면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쪽도 함께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돌아가신 분에게 빚이 많다면? —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

지금까지는 "계약이 이어진다"는 좋은 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어받는 것이 언제나 이득인 것은 아닙니다. 통째로 넘어온다는 말은 재산만이 아니라 빚도 함께 넘어온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법은 상속인에게 선택권을 줍니다. ① 빚까지 그대로 다 받는 것, ② 물려받은 재산 범위에서만 빚을 갚는 것, ③ 재산도 빚도 받지 않는 것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습니다. 다만 아무 때나 고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한이 있습니다. 상속이 시작되었다는 사실, 즉 돌아가신 사실과 자신이 상속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정해야 합니다(민법 제1019조 제1항). 이 기간의 기준이 되는 날은 사망한 날이 아니라, 자신이 상속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실제로 알게 된 날입니다. 특히 앞 순위 상속인이 모두 포기해 뒤늦게 자기 차례가 돌아온 경우처럼, 돌아가신 것은 알았어도 자신이 상속인이 되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세 가지 중 무엇을 골라야 하는지, 각각 어떤 절차를 밟는지는 부모님 빚 상속,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중 무엇을 해야 할까?에서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돌아가신 분에게 어떤 재산과 빚이 있는지 한 번에 조회하는 방법은 돌아가신 분의 재산과 빚, 한 번에 조회하는 법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3개월이라는 기한만 알고 있으면 안 됩니다. 그 결정을 하기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하면, 상속을 그대로 받겠다고 한 것으로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민법 제1026조 제1호). 처분이란 쉽게 말해 재산을 바꾸거나 없애는 행위입니다. 예를 들어 돌아가신 분의 통장에서 돈을 꺼내 쓰거나, 물건을 팔거나, 집을 비우고 보증금을 받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한 번 그렇게 되면 뒤늦게 빚을 발견해도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장례를 치른 뒤 집주인과 이야기해 계약을 정리하고 짐을 뺐는데, 두 달이 지나 카드빚 독촉장이 날아온 경우를 생각해 보십시오. 3개월은 아직 남아 있지만, 그 사이에 한 일이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게 되면 선택지가 이미 사라졌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 되면 처분인지 아닌지를 두고 다투게 됩니다.

다행히 모든 행위가 처분행위인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처분행위란 재산의 현상이나 성질을 변하게 하는 행위와 재산의 변동을 생기게 하는 행위를 뜻하고, 상속재산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행위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집주인이 사망한 뒤 그 상속인들이 임차인의 전세자금대출 연장을 위해 기존 임대차계약을 같은 조건으로 기간만 연장해 준 행위를 두고, 재산을 관리한 행위이지 처분한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6. 5. 8. 선고 2025다220329 판결). 다만 위 판결은 집주인 쪽 상속인이 임대인으로서 계약을 연장해 준 사안입니다. 세입자 쪽 상속인이 임차인으로서 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지만, 짐을 빼는 것, 집주인과 합의해 계약을 중간에 끝내는 것, 보증금을 받는 것이 각각 어느 쪽인지는 한 줄로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사안에 따라 달라집니다.

상속이 시작된 뒤 무엇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전체 지도가 필요하시면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해야 할 일 — 상속 절차 순서와 기한 한눈에를 함께 보시기 바랍니다.

이어받고 싶지 않다면?

앞에서 본 세 갈래 가운데 사실혼 배우자나 2촌 이내 친족이 이어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것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어받으면 밀린 월세 같은 빚도 함께 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함께 살던 집의 월세가 여섯 달이나 밀려 있었다면, 계약을 이어받는 순간 그 밀린 월세를 갚아야 하는 사람도 됩니다. 살 곳을 지키는 이익보다 떠안는 부담이 더 클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를 위해 법은 빠져나갈 길을 두었습니다. 임차인이 사망한 후 1개월 이내에 집주인에게 이어받지 않겠다는 뜻을 알리면, 승계되지 않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3항).

여기서 절대 헷갈리면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이 글에는 기간이 여러 개 나오는데, 서로 완전히 다른 제도입니다.

기간 무엇에 관한 것인가 누구에게 적용되나
1개월 임차권을 이어받지 않겠다고 집주인에게 알리는 것 사실혼 배우자·2촌 이내 친족 등 승계 대상자
3개월 상속을 그대로 받을지, 재산 범위에서만 갚을지, 아예 받지 않을지 정하는 것 상속인
3개월 묵시적으로 갱신된 계약을 해지한다고 알린 뒤 그 효력이 생기기까지 계약을 해지하려는 임차인

"1개월 안에 포기해야 한다"고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을 실제로 만납니다. 상속을 받을지 말지 정하는 기간은 1개월이 아니라 3개월이고, 대상도 다릅니다. 이 둘을 섞으면 남아 있는 기간을 스스로 줄여 버리게 됩니다.

한편 계약을 이어받아 정리하는 쪽을 택했다면, 집을 비울 때 원상회복 문제가 따라옵니다. 어디까지가 세입자가 해 놓아야 할 몫인지는 임대차 원상복구 의무, 도배·장판·못자국까지 다 해줘야 할까?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는 장례 직후입니다

이런 사건을 들고 상담에 오시는 분들은 대개 이미 무언가를 하고 난 뒤입니다. 장례를 치르고, 집주인에게 연락해 사정을 설명하고, 짐을 정리하고, 계약 문제를 서둘러 매듭짓습니다. 슬픔 속에서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는 일들이고, 누구라도 그렇게 합니다.

그런데 법적으로 가장 조심해야 하는 시기가 바로 그 시기입니다. 왜냐하면 상속을 받을지 정하기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하면 그대로 받겠다고 한 것으로 보게 된다는 규정(민법 제1026조 제1호) 때문입니다. 뒤늦게 빚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도, 그때는 이미 고를 수 있는 길이 좁아져 있습니다. 마치 뚜껑을 열어 보기도 전에 가방을 내 것으로 가져가 버린 셈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앞서 본 판결처럼, 재산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행위는 처분이 아니라고 본 예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경계가 생활 속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밀린 월세를 대신 내는 것, 짐을 빼는 것, 집주인과 합의해 계약을 중간에 끝내는 것, 보증금을 받는 것 — 이 가운데 무엇이 관리이고 무엇이 처분인지는 한 줄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빚이 있는지 불분명한 단계라면 되도록 현상을 그대로 두고, 기간부터 확인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만 보내는 것도 위험하기 때문에, '기간 확인'이 먼저입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 문제의 특이한 점은 집주인과 유족이 같은 방향으로 틀린다는 것입니다. 집주인은 계약이 끝났다고 생각해 방을 비워 달라고 하고, 남은 가족도 자신은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고 생각해 순순히 나갑니다. 다투는 사람이 없어서 조용히 지나가는 것이지, 나가야 해서 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집주인도 몰라서 그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차이가 실제로 드러나는 순간은 대개 보증금입니다. 급하게 짐을 빼고 나온 뒤에 정산이 어긋나면, 그때는 이미 그 집에 살고 있지 않아 협상에서 밀리게 됩니다. 그러니 적어도 "반드시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은 알고 결정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이럴 때는 바로 변호사와 상담하세요

  • 집주인이 사망을 이유로 계약이 끝났다며 집을 비워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
  • 돌아가신 분에게 빚이 있는지 불분명한데 짐 정리나 계약 정리를 서둘러야 하는 상황인 경우
  • 이미 짐을 빼거나 집주인과 계약을 정리했는데 뒤늦게 빚이 발견된 경우
  •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함께 살았는데 상속인이 나타나 집을 비우라고 하는 경우
  • 상속인이 여러 명이어서 보증금을 누가 얼마나 받을지 정리되지 않는 경우
  • 집주인이 상속인 전원의 서류를 요구하며 보증금 지급을 미루는 경우
  • 이어받고 싶지 않은데 1개월이 이미 지났거나 얼마 남지 않은 경우
  • 그 집이 경매로 넘어갔거나 넘어갈 상황인 경우

특히 기간이 걸린 문제는 하루 이틀 차이로 결과가 달라집니다. 애매하다고 느껴지는 시점에 한 번 확인해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응입니다.

핵심 요약

  1. 세입자가 사망해도 임대차계약은 저절로 끝나지 않습니다. 세입자의 권리와 의무가 그대로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2. 그래서 집주인이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 방을 비우라고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월세 연체 같은 별도의 사유가 있으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3. 상속인이 있으면 상속인이 이어받습니다. 자녀·손자녀, 부모·조부모, 형제자매, 4촌 이내 방계혈족 순서이고, 혼인신고를 한 배우자는 별도로 정해져 있습니다.
  4.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함께 살던 사람은 상속인이 아무도 없을 때 단독으로, 상속인이 있어도 그 상속인이 그 집에서 함께 살고 있지 않았을 때는 2촌 이내 친족과 함께 이어받습니다.
  5. 반대로 상속인이 그 집에서 함께 살고 있었다면 이 특별 규정들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함께 살았으니 당연히 이어받는다"고 볼 수 없습니다.
  6. 이어받으면 밀린 월세 같은 빚도 함께 옵니다. 이익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7. 보증금은 계약을 이어받은 사람이 받습니다. 여러 명이면 함께 권리를 갖게 되고, 나누는 방법은 사안마다 달라질 수 있습니다.
  8. 돌아가신 분에게 빚이 많다면 돌아가신 사실과 자신이 상속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상속을 받을지 말지 정해야 합니다.
  9. 그 결정을 하기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하면 그대로 받겠다고 한 것으로 보게 됩니다. 장례 직후의 성급한 정리가 가장 위험합니다.
  10. 이어받고 싶지 않은 승계 대상자는 사망 후 1개월 안에 집주인에게 알려야 합니다. 이 1개월은 상속포기 기간 3개월과 전혀 다른 제도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최신 법령·판례를 바탕으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