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부부처럼 살다 헤어진 경우에도 재산을 나눠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이혼할 때의 재산분할 규정을 사실혼에도 끌어다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함께 살던 상대가 먼저 세상을 떠난 경우에는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혼인신고가 없으면 상속인이 되지 못하고, 이때는 재산분할도 청구할 수 없습니다. "혼인신고를 안 했으니 한 푼도 못 받는다"는 걱정도, "10년 넘게 같이 살았으니 이혼과 똑같이 다 된다"는 기대도 모두 사실과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사실혼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경계를 재산분할·청구 기간·상속·살던 집·연금 순으로 하나씩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혼인신고를 안 하면 법적으로 부부가 아닌가요?

먼저 출발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우리 법에서 결혼은 함께 산 기간이 아니라 신고를 해야 효력이 생깁니다(민법 제812조 제1항). 결혼식을 올렸는지, 몇 년을 함께 살았는지, 주변에서 부부로 알고 있었는지와 상관없이 신고라는 절차가 있어야 법률상 부부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20년을 함께 살았어도 신고가 없으면 법적으로는 부부가 아닙니다. 냉정하게 들리지만, 이 한 줄이 아래에서 볼 모든 결론을 만들어 냅니다. 상속에서 재산을 받는 '배우자'도, 이혼 절차를 밟는 '부부'도 모두 신고를 한 사이를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법률상 부부가 헤어질 때 밟는 절차는 협의이혼 절차, 신청부터 신고까지 얼마나 걸릴까?에서 따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법이 혼인신고 없는 관계를 완전히 못 본 척하는 것은 아닙니다. 뒤에서 보듯 재산분할, 살던 집의 임차권, 유족연금이라는 세 갈래에서 법과 법원이 보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즉 "법적 부부가 아니다"와 "아무 보호도 없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냥 같이 사는 것과 사실혼은 어떻게 다른가요?

보호를 받으려면 그 관계가 사실혼으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사실혼이란 무엇일까요? 대법원은 사실혼을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 가족 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라고 밝혔습니다(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므961 판결, 대법원 2001. 4. 13. 선고 2000다52943 판결 등).

정리하면 두 가지가 모두 있어야 합니다.

  1. 서로 부부가 되겠다는 마음이 있었을 것(혼인의 의사) — 단순히 좋아서 함께 지낸 것이 아니라, 서로를 남편·아내로 여기며 살 생각이 있었는가.
  2. 주위에서 봐도 부부로 살고 있다고 볼 만한 생활이 있었을 것(부부공동생활의 실체) — 생활비를 합쳐 쓰고, 한집에서 살림을 하고, 양가 가족과 이웃도 부부로 대했는가.

예를 들어 같은 집에 3년을 살았지만 서로 결혼할 생각은 없었고 주위에도 친구로 소개했다면 사실혼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결혼식을 올리고 양가 부모와 명절을 함께 보내며 12년을 살았는데 신고만 하지 않았다면 사실혼으로 볼 만한 쪽에 가깝습니다. 다만 이것은 이해를 돕기 위한 예일 뿐이고, 실제로는 법원이 두 사람이 살아온 사정 전체를 종합해서 판단합니다. "이렇게만 하면 무조건 인정된다"는 기준은 없습니다. 한 가지 더 알아 두실 것이 있습니다. 상대에게 이미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배우자가 따로 있다면, 그 관계는 원칙적으로 사실혼으로 보호받지 못합니다. 이 부분은 뒤에서 따로 설명합니다.

정리하면, 단순한 동거나 연애는 사실혼이 아닙니다. 아래에서 설명하는 권리들은 모두 "이 관계가 사실혼이었다"는 것이 인정된다는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헤어질 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나요?

살아 있는 동안 헤어졌다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이유를 정확히 알아 두는 편이 좋습니다. 법 조문 자체는 "협의상 이혼한 자"를 대상으로 쓰여 있어서, 이혼을 하지 않는 사실혼에는 조문이 곧바로 적용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길을 열어 준 것은 법원입니다. 대법원은 이 기준을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 "법률혼에 대한 민법의 규정 중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규정은 유추적용할 수 없으나, 부부재산의 청산의 의미를 갖는 재산분할에 관한 규정은 부부의 생활공동체라는 실질에 비추어 인정되는 것이므로 사실혼관계에도 준용 또는 유추적용할 수 있다"(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므1379, 1386 판결, 대법원 2022. 6. 30.자 2020스561 결정).

어려운 말이니 풀어 보겠습니다. "혼인신고가 있어야만 말이 되는 규정"은 사실혼에 끌어다 쓸 수 없지만, "함께 산 두 사람이 모은 재산을 정산한다"는 성격의 규정은 신고가 없어도 사정이 같으므로 법원이 끌어다 적용한다는 뜻입니다. 재산분할은 뒤쪽에 해당하니 사실혼에도 적용되고, 상속처럼 신고를 전제로 하는 제도는 앞쪽에 해당하니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한 문장이 이 글 전체의 갈림길입니다.

이혼(법률혼)에서 되는 것 사실혼에서는? 근거
헤어질 때 재산분할 청구 된다 (법원이 이혼 규정을 끌어다 적용) 민법 제839조의2 제1항·제2항
재판으로 헤어질 때 재산분할 된다 (같은 취지) 민법 제843조
상대 사망 시 상속 안 된다(혼인신고가 없으면 상속인이 아님) 아래 「함께 살던 사람이 사망했다면?」 절
상대 사망 시 재산분할 안 된다(사망으로 끝난 경우 재산분할청구권 불인정) 같은 절
살던 집의 임차권 승계 조건이 맞으면 된다 아래 「살던 집과 연금」 절
유족연금(국민연금)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같은 절

그러면 무엇을, 얼마나 나누게 될까요? 어떤 재산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 전업으로 집안일을 한 쪽의 기여를 어떻게 보는지, 만나기 전부터 각자 가지고 있던 재산은 어떻게 되는지는 법률혼 이혼과 같은 틀에서 판단합니다. 이 부분은 이혼 재산분할 비율, 전업주부도 절반 받을 수 있을까?에서 자세히 다루었으니 함께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면, 나눌 재산과 액수를 어느 날짜를 기준으로 계산하는가도 실제 사건에서 자주 다투어집니다. 대법원은 사실혼 해소를 원인으로 한 재산분할에서 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과 액수는 사실혼이 해소된 날을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3. 7. 13. 선고 2017므11856, 11863 판결). 다만 사실혼 해소 이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내리는 등 외부적·후발적 사정이 생긴 경우에는, 그 이익이나 손해를 한쪽에만 귀속시키는 것이 공평한 청산이라는 재산분할 제도의 목적에 현저히 맞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가액 산정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2므11027 판결).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나요? — 기간 제한이 있습니다

재산분할 청구에는 기간 제한이 있습니다. 이 대목이 실제로 손해가 가장 크게 나는 지점입니다.

이혼한 부부의 경우,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민법 제839조의2 제3항). 대법원은 이 2년을 제척기간으로 보았고, 나아가 그 기간 안에 반드시 법원에 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해야 하는 기간(출소기간)이라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2. 6. 30.자 2020스561 결정). 쉽게 말해 기간이 지나면 권리 자체가 없어지고, 기간을 지켰다고 하려면 상대방에게 말로 요구하거나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법원에 청구서를 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같은 결정은 이 규정이 사실혼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여기서 조심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조문의 문언은 "이혼한 날부터"인데, 사실혼에는 이혼한 날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그사실혼에서 이 2년은 사실혼 관계가 해소된 날부터 기산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대법원도 사실혼 해소를 원인으로 한 재산분할에서 재산과 액수의 산정 기준시점을 "사실혼이 해소된 날"로 보고 있고(대법원 2023. 7. 13. 선고 2017므11856, 11863 판결), 제척기간 역시 같은 기산점에서 출발한다고 보는 것이 일관된 실무의 태도입니다(대법원 2022. 6. 30.자 2020스561 결정). 다만 사실혼이 언제 해소되었는지 자체가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고, 기산점을 스스로 넉넉하게 계산했다가 기간을 넘기면 되돌릴 방법이 없으므로, 헤어졌다면 미루지 말고 빨리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또 하나 헷갈리기 쉬운 것이 있습니다. 앞 절에서 본 "사실혼이 해소된 날을 기준으로 재산과 액수를 계산한다"는 이야기는 어느 날짜의 재산을 계산에 넣느냐의 문제이고, 지금 보는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두 가지를 한데 섞으면 기간을 잘못 계산하게 됩니다.

함께 살던 사람이 사망했다면? —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

여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살아서 헤어졌을 때와 사별했을 때의 결과가 정반대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상속부터 봅시다. 상속에서 돌아가신 분의 배우자는 자녀·부모와 함께 공동상속인이 되고, 그들이 없으면 혼자 상속인이 됩니다(민법 제1003조 제1항). 그런데 앞서 본 대로 혼인은 신고를 해야 효력이 생기고,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규정은 사실혼에 끌어다 쓸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상속인이 되는 '배우자'는 신고를 한 배우자를 말하므로, 아무리 오래 함께 살았어도 신고가 없으면 상속인이 되지 않습니다. 누가 어떤 순위로 상속인이 되는지는 상속 순위와 법정상속분, 내가 받을 상속분은 얼마일까?에서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그렇다면 상속이 안 되니 대신 재산분할이라도 청구할 수 있을까요? 그것도 안 됩니다. 대법원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재산분할 규정은 사실혼에도 끌어다 쓸 수 있으므로 살아 있는 동안 사실혼을 정리한 경우에는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지만, 법률혼조차 한쪽이 사망해서 끝난 경우에는 남은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않고 오직 상속으로만 해결됩니다. 그러니 사실혼이 한쪽의 사망으로 끝난 경우에도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두15595 판결).

이 논리를 놓치면 결론이 이상하게 들립니다. 순서대로 다시 보면 이렇습니다. ① 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한 경우, 원래 재산을 나누는 방법은 '재산분할'이 아니라 '상속'입니다. → ② 그런데 사실혼에는 그 상속이라는 문이 없습니다. 혼인신고를 한 배우자만 상속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 ③ 그래서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도, 재산분할도 — 두 문이 모두 닫힙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모은 돈으로 집을 샀는데 등기는 상대 이름으로만 되어 있었고, 상대가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상대에게는 성인이 된 자녀가 있습니다. 이 경우 그 집은 자녀에게 상속되고, 함께 살아온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인이 아니어서 몫이 없습니다.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도 없습니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두15595 판결). 법률혼 부부라면 사별해도 상속이라는 문이 남아 있지만, 사실혼에는 그 문이 아예 없습니다. 상속 절차가 전체적으로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해야 할 일 — 상속 절차 순서와 기한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단 하나 남은 우회로가 있기는 합니다. 상속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경우에 한해, 가정법원이 돌아가신 분과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사람, 병간호를 한 사람, 그 밖에 특별한 연고가 있던 사람의 청구를 받아 상속재산의 전부나 일부를 나눠 줄 수 있습니다(민법 제1057조의2 제1항). 다만 조건을 정확히 보셔야 합니다.

  • 이 제도는 상속받을 사람이 한 명도 없을 때에만 열립니다. 위 예처럼 자녀가 있으면 해당되지 않습니다.
  • 상속처럼 당연히 받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재량으로 전부 또는 일부를 나눠 주는 것입니다. 청구한다고 해서 반드시 받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 이 청구는 상속재산관리인이 선임된 후 2개월 이내에 해야 합니다(민법 제1057조의2 제2항). 기간을 놓치면 청구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대비책은 따로 있습니다. 함께 살던 사람에게 재산을 남기고 싶다면 생전에 미리 정리해 두는 것입니다. 그중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유언인데, 형식을 조금만 어겨도 무효가 되므로 유언장 쓰는 법 — 자필 유언이 무효가 되는 흔한 실수를 꼭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살던 집과 연금은 어떻게 되나요?

상속이 막힌다고 해서 모든 문이 닫히는 것은 아닙니다. 법이 사실혼 배우자를 정면으로 챙겨 주는 영역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살던 집의 임차권연금입니다.

먼저 살던 집입니다. 세입자가 상속인 없이 사망한 경우에는 그 주택에서 "가정공동생활을 하던 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자"가 세입자의 권리와 의무를 이어받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1항). 상속인이 있더라도 그 상속인이 그 집에서 함께 살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사실혼 배우자와 2촌 이내의 친족이 공동으로 이어받습니다(같은 조 제2항). 여기서 '가정공동생활'이란 한집에서 함께 살림을 하며 사는 것을 말합니다. 법률이 '사실상의 혼인 관계'라는 말을 직접 쓰고 있는, 흔치 않은 조문입니다.

다만 "사실혼이면 살던 집을 무조건 이어받는다"고 이해하면 틀립니다. 상속인이 있는지, 그 상속인이 그 집에서 함께 살고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상황 결과 주의할 점
세입자가 상속인 없이 사망 그 집에서 함께 살림하며 살던 사실혼 배우자가 세입자의 권리·의무를 이어받음 함께 살고 있었을 것이 요건 - 따로 살고 있었다면 해당 안 됨
세입자가 사망했고, 상속인이 그 집에서 함께 살고 있지 않은 경우 사실혼 배우자와 2촌 이내 친족이 공동으로 이어받음(같은 조 제2항) 혼자 이어받는 것이 아니다
세입자가 사망했고, 상속인이 그 집에서 함께 살고 있던 경우 위 두 조항이 적용되지 않음 - 상속인이 임차권을 상속 가장 흔한 오해 지점
이어받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 사망 후 1개월 안에 집주인에게 반대 의사를 밝히면 승계되지 않음(같은 조 제3항) 밀린 월세 같은 빚도 함께 넘어온다(같은 조 제4항) - 빚이 많다면 이어받는 것이 불리할 수 있음

예를 들어 전세 계약이 상대 이름으로 되어 있었고 함께 살던 중 상대가 사망했다면, 상대에게 상속인이 있는지, 있다면 그 상속인이 그 집에서 함께 살고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위 표의 마지막 줄도 중요한데, 이어받는다는 것은 좋은 것만 오는 것이 아니라 밀린 월세 같은 빚도 함께 온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빚이 많다면 이어받는 것이 늘 유리하지도 않습니다. 빚을 물려받는 문제 전반은 부모님 빚 상속,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중 무엇을 해야 할까?를 참고하시고, 임차권을 이어받은 뒤 보증금을 돌려받는 국면은 전세 계약 끝났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안 줍니다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중혼적 사실혼(상대에게 법적 배우자가 따로 있는 경우)의 경우 임차권 승계도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나27815 판결 참조)는 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다음은 연금입니다. 국민연금법을 적용할 때 배우자, 남편 또는 아내에는 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합니다(국민연금법 제3조 제2항). 즉 국민연금에서는 사실혼 배우자도 배우자로 취급됩니다. 대법원도 여러 법령이 급여 수급권자가 사망하면 그의 사실혼 배우자가 유족으로서 급여를 받도록 정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유족연금을 받으려면 별도의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국민연금법상 유족연금은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사람이 사망한 경우 그 유족에게 지급되는데, 사실혼 배우자가 유족으로 인정받으려면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을 국민연금공단에 소명해야 합니다. 사실혼 관계의 인정 여부, 구체적인 수급 요건(가입 기간, 보험료 납부 이력 등)과 수급액은 개별 사안에 따라 달라지므로, 국민연금공단(국번 없이 1355)에 직접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상대에게 법적으로 배우자가 따로 있다면?

상대가 이미 다른 사람과 혼인신고를 한 상태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우리 법은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다시 혼인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법원도 이 원칙을 존중합니다.

대법원은 법률상 혼인을 한 사람이 배우자와 따로 살면서 다른 사람과 부부로 살 뜻을 가지고 실질적인 부부생활을 하더라도, 법률상 배우자와 사실상 이혼 상태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관계를 사실혼으로 인정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9므10581 판결). 원칙은 '보호되지 않는다'이고, 예외가 인정되는 범위는 좁습니다.

그러니 상대가 "곧 정리할 것"이라고 말하는 상태에서 함께 지내 온 경우라면, 그 관계는 법적으로 사실혼으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오히려 법률상 배우자로부터 위자료를 청구당할 수 있는 국면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배우자의 외도 상대에게 위자료 청구, 상간자 소송 어떻게 할까?에서 반대편 시각으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사실혼이었다는 사실은 어떻게 증명하나요?

법률혼에는 혼인관계증명서라는 종이 한 장이 있습니다. 다툼이 생겨도 그것으로 끝납니다. 사실혼에는 그 종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다툼이 생기면 관계 자체를 처음부터 입증해야 합니다.

법에는 이를 위한 재판 유형이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가정법원이 담당하는 사건 중에 '사실상 혼인관계 존부 확인', 즉 사실혼이었는지를 법원이 확인해 주는 재판이 있습니다(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나목). 상대가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검사를 상대로 이 재판을 하게 되며, 대법원도 유족급여를 주장하는 사람이 과거의 사실혼 관계에 대한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바로 앞 절에서 본 같은 판결). 다만 이 재판의 관할·서류·비용·기간은 사안에 따라 달라지므로, 필요하다면 개별적으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실무에서 이 대목이 어려운 이유는, 헤어지는 국면이 되면 상대가 "그냥 같이 살았을 뿐이다"라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말이 무조건 틀렸다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앞서 보았듯 법원이 보는 것은 함께 산 기간만이 아니라 서로 부부가 되겠다는 뜻이 있었는지와 주위에서 부부로 볼 만한 생활이 있었는지이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사실혼은 "살아온 것"과 "증명되는 것"이 가장 크게 벌어지는 관계입니다. 그래서 함께 살아온 흔적이 자연스럽게 남는 방식으로 생활해 두는 것이 나중에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다만 "이런 서류만 갖추면 인정된다"는 목록은 없습니다 — 인정 여부는 법원이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이별이 아니라 사별입니다

상담에서 사실혼 이야기를 들고 오시는 분들의 걱정은 대개 "헤어지면 재산을 못 받는 것 아니냐"입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정말 손을 쓸 수 없게 되는 경우는 이별이 아니라 사별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 헤어졌다면 길이 있습니다. 법원이 이혼의 재산분할 규정을 끌어다 적용해 주기 때문입니다. 기간을 놓치지 않고 청구하면 되고, 관계를 증명하는 부담은 있어도 다툴 무대 자체는 열려 있습니다. 그런데 함께 살던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두 개의 문이 동시에 닫힙니다. 혼인신고가 없으니 상속인이 아니고, 관계가 사망으로 끝났으니 재산분할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앞의 「함께 살던 사람이 사망했다면?」 절에서 본 대법원 판결이 그 이유입니다. 법률혼 부부라면 사별해도 상속이라는 문이 남아 있지만, 사실혼에는 그 문이 아예 없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반복해 보게 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20년을 함께 살며 모은 집이 상대 이름으로만 되어 있었는데, 상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오랫동안 연락도 없던 형제자매가 상속인으로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여기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사실혼이었다는 사실을 아무리 잘 증명해도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증명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구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데에는 각자의 사정과 이유가 있고, 그것을 평가하는 것은 이 글의 몫이 아닙니다. 다만 이런 구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미리 정리해 둘 수는 있습니다. 유언을 남겨 두거나, 함께 모은 재산의 명의를 어떻게 할지 생전에 정해 두는 것이 그 방법입니다. 아무 준비 없이 그날을 맞으면 되돌릴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이럴 때는 바로 변호사와 상담하세요

  • 사실혼 관계를 정리하고 헤어졌는데, 상대 명의로 되어 있는 재산이 상당하고 협의가 되지 않는 경우
  • 헤어진 지 시간이 꽤 지난 경우 — 기간이 지나면 권리 자체가 사라지므로 남은 기간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 함께 살던 분이 사망했고 상속인이 나타난 경우 — 살던 집의 임차권이나 연금처럼 별도로 열려 있는 길이 있는지 빠르게 확인해야 합니다
  • 상대가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옮기거나 처분하려는 정황이 있는 경우
  • 상대에게 법적으로 배우자가 따로 있는 경우 — 관계의 성격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 사실혼이었는지 자체를 상대가 부인하는 경우

사실혼 사건은 기간 제한관계 자체의 증명이라는 두 가지 부담이 겹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 가지 모두 불리해지므로,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미루지 말고 확인하시는 편이 손해를 막는 길입니다.

핵심 요약

  1. 우리 법에서 결혼은 함께 산 기간이 아니라 신고로 효력이 생깁니다. 그래서 혼인신고가 없으면 법적으로는 부부가 아닙니다.
  2. 그렇더라도 살아 있는 동안 헤어졌다면 재산분할은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이혼의 재산분할 규정을 사실혼에도 끌어다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3. 다만 보호를 받으려면 그 관계가 사실혼으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서로 부부가 되겠다는 뜻과, 주위에서도 부부로 볼 만한 생활의 실체가 있어야 합니다.
  4. 재산분할 청구에는 기간 제한이 있고, 그 기간 안에 법원에 청구해야 합니다. 말이나 내용증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5. 상대가 사망한 경우에는 상속도, 재산분할도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사실혼에서 가장 큰 위험입니다. 다만 상속받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경우에 한해, 함께 살거나 병간호를 한 사람이 법원에 재산을 나눠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별도의 제도(민법 제1057조의2)가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법원이 재량으로 판단하므로 반드시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유언처럼 미리 대비하는 방법을 생전에 마련해 두는 것 외에는 마땅한 길이 없습니다.
  6. 그래도 살던 집의 임차권 승계와 국민연금처럼 법이 사실혼 배우자를 따로 보호하는 영역이 있으므로, 사안별로 반드시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최신 법령·판례를 바탕으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