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자가 한 통 옵니다. "이번에 집을 팔았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새 주인에게 월세를 보내세요." 아무런 예고도 없이 집주인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이렇게 문자 한 통으로 처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등기부를 떼어 보고 나서야 소유자 이름이 바뀐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때 세입자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걱정은 대개 두 가지입니다. "계약이 끝나는 건가, 나가야 하나?" 그리고 "내 보증금은 이제 누구한테 받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살던 집이 팔려 집주인이 바뀌어도 임대차계약은 그대로 이어집니다. 집만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집주인 자리도 함께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계약서를 다시 쓸 필요도 없고, 나갈 이유도 없습니다. 보증금 역시 원칙적으로 새 집주인에게 돌려받게 됩니다.

다만 여기에는 조건이 하나 있고, 알아 두어야 할 선택지도 하나 있습니다. 조건은 "그 집에 실제로 살면서 전입신고를 마쳐 두었을 것"이고, 선택지는 "새 집주인이 미덥지 않다면 계약이 넘어가는 것을 거부해 볼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래에서 하나씩 풀어 보겠습니다.

이 글은 집이 팔려서(매매) 소유자가 바뀐 경우를 다룹니다. 그 밖의 사정으로 소유자가 바뀐 경우는 따져 볼 점이 달라지므로 이 글에서 다루지 않습니다.

집이 팔리면 임대차계약은 어떻게 되나요?

가장 흔한 오해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집이 팔리면 계약도 함께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법은 집이 팔린 경우 "임차주택의 양수인(그 밖에 임대할 권리를 승계한 자를 포함한다)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 쉽게 말하면, 집을 새로 산 사람이 법률상 당연히 옛 집주인의 자리를 물려받는다는 뜻입니다. 세입자가 동의하지 않아도, 심지어 세입자가 나중에 알게 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운 말을 걷어내면 이런 뜻입니다. 집을 새로 산 사람이 옛 집주인의 자리를 그대로 넘겨받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대로'라는 말입니다. 새 집주인은 집주인으로서의 권리만 받는 것이 아니라 의무까지 함께 받습니다. 그래서 남은 계약 기간을 지켜 줄 의무도, 계약이 끝날 때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도 새 집주인에게 넘어갑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계약서에 적힌 상대방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 계약의 내용은 하나도 바뀌지 않은 것입니다.

집이 팔리면 어떻게 되나 근거
임대차계약 그대로 이어진다. 새 주인이 집주인 자리를 넘겨받는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
계약 기간·보증금·월세 조건 바뀌지 않는다 (전 계약이 그대로 이어지므로)
계약서 다시 쓰지 않아도 된다 (같은 계약이 이어지는 것이므로)
세입자의 동의 필요하지 않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 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다35616 판결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 집의 소유권과 함께 새 집주인에게 넘어간다 (아래에서 자세히)

표의 네 번째 줄을 보시면 조금 서운하실 수도 있습니다. 집주인 자리가 넘어가는 데에 세입자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대법원도 대항력을 갖춘 세입자라면 집주인 자리가 당연히 넘어가고 그 승계에 세입자의 동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세입자가 뒤늦게 알게 되는 일이 흔한 것도 그래서입니다.

그런데 이 규정은 사실 세입자를 보호하려고 만들어진 것입니다. 만약 계약이 옛 집주인에게만 묶여 있다면, 집주인이 집을 팔아 버리는 순간 세입자는 새 주인에게 "나는 당신과 계약한 적이 없으니 나가라"는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계약을 집에 붙여 놓은 것이 이 조항입니다. 그래서 집이 몇 번 팔리든, 세입자는 그때그때의 소유자를 상대로 계약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이치로 집주인의 수선 의무처럼 계약에 따라오는 다른 의무들도 새 집주인이 이어받습니다. "보일러가 고장 났는데 그건 옛 집주인 때 일이다"라는 말은 원칙적으로 통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세입자 입장에서 실제로 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요. 법적인 내용이 아니라 생활상의 것들입니다. 월세를 보낼 계좌가 바뀌고, 수리를 요청할 연락처가 바뀌고, 계약이 끝나 갈 무렵 갱신 여부를 이야기할 상대가 바뀝니다. 반대로 계약 기간이 언제 끝나는지, 보증금이 얼마인지, 월세가 얼마인지는 그대로입니다. 새 집주인이 "나는 그 조건으로는 못 하겠다"고 말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조건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새 집주인은 이미 그 조건이 붙어 있는 집을 산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 전입신고와 실제 거주

여기까지 읽으시면 "그럼 아무 걱정 없겠다" 싶으시겠지만,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보호를 받으려면 세입자에게 대항력이 있어야 합니다. 대항력이란 집이 남에게 넘어가도 내 계약을 그대로 주장할 수 있는 힘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집이 팔려 새 집주인이 "나는 당신과 계약한 적이 없으니 나가라"고 해도, 대항력이 있으면 "나는 이 집에 계속 살 권리가 있습니다"라고 맞설 수 있습니다.

이 힘은 어떻게 생길까요. 법은 임대차의 등기가 없더라도 세입자가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 다음 날부터 제삼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고 정하고 있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여기서 '주택의 인도'는 집을 넘겨받아 실제로 살기 시작하는 것이고, '주민등록'은 전입신고를 말합니다. 즉 실제로 그 집에 살면서 전입신고까지 마쳐 두면 그 다음 날부터 대항력이 생깁니다.

그런데 이 문장에서 놓치기 쉬운 말이 있습니다. "그 다음 날부터"입니다. 대항력은 이사하고 전입신고를 한 바로 그날이 아니라 그 다음 날 0시부터 생깁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 3월 2일에 이사해서 살기 시작하고, 같은 날 전입신고도 마쳤습니다. → 대항력은 3월 3일 0시부터 생깁니다.
  • 그런데 하필 3월 2일 오후에 그 집에 소유권 이전등기나 근저당권 설정등기가 들어갔다면, 법이 보는 순서는 등기가 먼저, 세입자가 나중이 됩니다. 같은 날 이사하고 전입신고까지 마쳤는데 왜 불리하냐고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법은 '같은 날'을 같은 순간으로 보지 않습니다. 대항력은 전입신고를 마친 날의 다음 날 0시부터 생기기 때문에, 같은 날 오후에 들어온 등기보다 세입자의 대항력이 늦게 생긴 것으로 처리됩니다.

"같은 날 다 했는데 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하루가 실제 사건에서는 대단히 큽니다. 대항력이 언제 생겼는지, 등기가 언제 들어갔는지 — 이 두 날짜의 앞뒤가 세입자가 무엇을 주장할 수 있는지를 가르기 때문입니다.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어떻게 갖추는지, 왜 이사한 뒤에도 전입신고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지 등 자세한 내용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에서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집이 팔렸을 때 이 요건이 왜 중요한가"에만 집중하겠습니다.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전입신고와 실제 거주는, 집주인이 바뀌는 순간 세입자를 지켜 주는 유일한 방패입니다.

보증금은 옛 집주인과 새 집주인 중 누가 돌려주나요?

이제 이 글의 심장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대목에서 헷갈리십니다. 상황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보증금 2억 원짜리 전세로 살고 있었는데, 계약 기간 도중에 집이 팔렸습니다. 옛 집주인은 매매대금을 받고 떠났고, 등기부에는 모르는 사람 이름이 올라와 있습니다. 계약이 끝나면 이 2억 원은 누구에게 달라고 해야 할까요?

직관적으로는 "내 돈 2억을 받아 간 사람은 옛 집주인이니 그 사람에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법의 답은 반대입니다. 원칙적으로 새 집주인에게 청구합니다.

보증금을 처음 받아 간 사람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집이 팔리는 순간,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도 집과 함께 새 집주인에게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대법원도 집주인 자리가 넘어가면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 역시 집의 소유권과 결합해 함께 이전하므로 집을 판 사람은 그 의무를 벗는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64615 판결).

"그러면 옛 집주인은 내 보증금을 가지고 그냥 가 버린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남습니다. 실제 매매 과정에서는 대개 보증금만큼을 매매대금에서 빼고 거래합니다. 즉 새 집주인은 그만큼 싸게 산 대신 보증금 반환 의무를 떠안는 것입니다. 다만 이는 매매 당사자들 사이의 정산 문제이고, 세입자가 그 정산 내용을 일일이 확인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입자가 알아야 할 것은 "이제 내 상대방은 새 집주인이다"라는 한 가지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세입자가 할 일도 달라집니다. 계약이 끝나 갈 무렵 갱신을 거절하겠다는 뜻을 밝히거나,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는 상대는 새 집주인입니다. 옛 집주인에게 아무리 여러 번 알려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이면, 이 원칙은 세입자에게 불리하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습니다. 만약 보증금을 돌려줄 사람이 계속 옛 집주인으로 남는다면, 세입자는 이미 그 집과 아무 상관이 없어진 사람을 쫓아다녀야 합니다. 그 사람이 어디에 사는지, 재산이 있는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보증금 반환 의무가 집을 따라다니면, 세입자는 자기가 살고 있는 그 집의 현재 소유자를 상대하면 됩니다. 그 집이 눈앞에 있고 등기부로 누구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입자에게는 이쪽이 훨씬 든든합니다.

보증금을 실제로 돌려받는 절차는 전세 계약 끝났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안 줍니다에서 순서대로 정리해 두었으니 함께 보시기 바랍니다.

새 집주인이 미덥지 않습니다 — 계약을 끝낼 수 있나요?

여기까지가 원칙입니다. 그런데 세입자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생깁니다.

새 집주인 앞으로 넘어간 등기부를 떼어 보니, 전에는 없던 큰 금액의 근저당이 잡혀 있었습니다. 내 보증금보다 앞선 빚이 잔뜩 있는 셈입니다.

계약을 이어 갈지 말지는 세입자가 고른 적이 없는데, 상대방만 바뀌어 위험해진 상황입니다. 이럴 때 세입자에게 아무 선택지가 없다면 부당하겠지요. 위 판결은 그 점을 짚었습니다. 세입자를 보호하려는 법의 취지에 비추어, 세입자가 집주인 자리가 넘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집이 팔린 사실을 안 때부터 상당한 기간 안에 이의를 제기해 넘어가는 계약에 매이지 않을 수 있고, 그런 경우에는 옛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가 소멸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런 뜻입니다. "나는 새 집주인을 내 집주인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너무 늦지 않게 알리면, 보증금은 계약 상대방이었던 옛 집주인에게 청구할 여지가 생긴다.

여기서 두 가지를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1. 기한이 며칠이라고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확인되는 기준은 "집이 팔린 사실을 안 때부터 상당한 기간 안"이라는 표현뿐입니다. 법에 정해진 날짜가 없으므로 "한 달 안에", "석 달 안에"처럼 숫자로 기억하시면 안 됩니다. 안 즉시, 늦어도 곧바로라고 생각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2. 방식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도 않습니다. 다만 나중에 다투게 되면 "언제, 어떤 내용으로 이의를 제기했는가"를 보여 주어야 하는 상황이 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내용과 시점이 함께 남는 방법으로 뜻을 밝히시라고 말씀드립니다. 내용증명 우편이 대표적이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카카오톡 메시지나 문자메시지처럼 날짜와 내용이 함께 남는 방법이라면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나중에 다툼이 생겼을 때 "언제, 어떤 내용으로 이의를 제기했는가"를 명확히 보여줄 수 있어야 하므로, 내용증명처럼 공식적인 방법을 쓰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그리고 이의를 제기한다는 것이 곧바로 보증금이 나온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도 알아 두셔야 합니다. 이의제기는 "누구를 상대로 청구할 것인가"의 문제를 정리해 주는 것이지, 그 자체로 돈을 받아 주는 절차가 아닙니다. 상대가 옛 집주인으로 남더라도, 그 사람이 순순히 돌려주지 않으면 결국 청구와 회수라는 다음 단계를 밟아야 합니다.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의를 제기해서 옛 집주인의 의무가 남는다고 해도, 그 사람에게 갚을 돈이 있어야 실익이 있습니다. 집을 팔고 떠난 사람의 형편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카드는 "새 집주인이 마음에 안 든다"는 감정으로 꺼낼 것이 아니라, 어느 쪽이 더 안전한가를 견주어 본 뒤 정할 문제입니다. 새 집주인의 등기부에 빚이 얼마나 잡혀 있는지, 옛 집주인은 어떤 사람인지 — 이 둘을 나란히 놓고 보아야 답이 나옵니다.

계약이 끝나 나가려는데 집이 팔렸습니다

또 하나 자주 오해되는 국면이 있습니다. 계약 기간은 이미 끝났는데 보증금을 못 받고 있는 사이에 집이 팔린 경우입니다. 이때 많은 분들이 "계약은 벌써 끝났으니 새 집주인과는 상관없는 일 아닌가?"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법은 임대차기간이 끝난 경우에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는 임대차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2항). 계약서에 적힌 기간이 지났더라도, 보증금을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면 법적으로는 계약이 아직 살아 있는 것으로 취급한다는 뜻입니다. 즉 보증금을 못 받은 동안에는 계약이 아직 살아 있는 것으로 취급됩니다. 계약이 살아 있으니, 그 상태에서 집이 팔리면 앞서 본 대로 새 집주인이 집주인 자리를 넘겨받습니다. 결국 보증금을 돌려줄 상대도 새 집주인이 됩니다.

이 대목은 이렇게 기억하시면 쉽습니다. 보증금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계약이 끝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2년 계약이 끝나 이사 나갈 준비를 했는데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가 들어오면 주겠다"며 보증금을 미루는 사이, 그 집이 다른 사람에게 팔렸습니다. 이때 세입자가 "계약은 이미 끝났으니 나는 옛 집주인에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새 집주인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정작 청구해야 할 상대를 놓치게 됩니다. 보증금을 못 받은 동안에는 계약이 살아 있는 것으로 보고, 그 살아 있는 계약을 새 집주인이 넘겨받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조항을 "보증금을 못 받으면 언제까지든 그냥 살아도 된다"는 뜻으로 넓혀 읽으시면 곤란합니다. 확인되는 것은 임대차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는 데까지이고, 그 상태에서 계속 거주하는 것을 두고 무엇을 정산해야 하는지는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계약이 끝나 갈 때부터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훨씬 안전합니다.

  • 계약을 더 이어 갈 생각이 없다면, 갱신 거절 의사를 제때 밝혀야 합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계약이 저절로 연장되는 묵시적 갱신이 될 수 있습니다.
  • 이사를 나갈 때 집을 어느 정도까지 원래대로 되돌려 놓아야 하는지는 원상회복 의무에서 정리했습니다. 보증금 정산에서 실제로 다투게 되는 지점입니다.

전입신고를 해 두지 않았다면?

앞에서 "조건이 하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즉 실제 거주와 전입신고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빠져 있는 상태에서 집이 팔린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생각보다 자주 생깁니다. 이사는 했는데 전입신고를 며칠 미루는 경우, 사정이 있어 주소를 다른 곳에 두고 사는 경우처럼요. 아무 일이 없을 때는 아무 문제도 드러나지 않다가, 집이 팔리거나 빚 문제가 터지는 순간 비로소 차이가 나타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확인되는 판단은 "대항력이 있는 세입자라면 집주인 자리가 당연히 넘어간다"는 쪽이고, 그 방패가 없는 상태라면 새 집주인에게 계약을 그대로 주장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문제는 계약 상대방이었던 옛 집주인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가로 옮겨 가는데, 이는 계약 내용과 경위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그러니 이 경우에 해당하신다면 등기부와 전입신고 날짜부터 확인한 뒤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한편 대항요건에 더해 확정일자까지 받아 두면 한 겹의 보호가 더 붙습니다. 대항요건과 임대차계약증서상의 확정일자를 갖춘 세입자는 그 집이 경매나 공매로 팔릴 때 순서가 뒤인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받을 권리를 가집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2항). 집주인이 바뀌는 상황과 직접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집이 팔리는 것과 경매로 넘어가는 것은 규칙이 다르다는 점을 여기서 정리해 두겠습니다.

상황 결과 주의할 점
집이 팔려서(매매) 주인이 바뀌었다 새 집주인이 집주인 자리를 넘겨받는다 실제 거주 + 전입신고를 마쳐 두었을 것
집이 경매로 넘어갔다 임차권은 경매에서 낙찰되면 소멸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보증금이 모두 변제되지 아니한, 대항력이 있는 임차권은 소멸하지 않는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5) 여기서 '대항력이 있는 임차권'이란 경매 개시 전에 이미 대항요건(실제 거주 + 전입신고)을 갖추고 있던 임차권을 말합니다.
경매·공매에서 배당을 받으려면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추어야 순서에 따라 먼저 받을 수 있다 순위와 금액은 사안마다 다르다

표의 두 번째 줄에서 단서를 꼭 함께 읽으셔야 합니다. "경매로 넘어가면 임차권이 사라진다"는 앞부분만 기억하면 정반대의 오해가 생깁니다. 보증금을 다 돌려받지 못한 대항력 있는 세입자의 임차권은 경매로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경매로 넘어갔을 때 보증금을 어떤 순서로 얼마나 받게 되는지, 적은 보증금으로 사는 세입자에게 어떤 보호가 있는지는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에서 따로 다루었습니다.

새 집주인이 "내가 들어와 살겠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에 잘못 알려진 이야기를 하나 바로잡겠습니다. "새로 산 집주인은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지 못한다"는 말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법은 세입자가 정해진 기간 안에 계약갱신을 요구하면 집주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고 정하면서, 예외적으로 거절할 수 있는 사유들을 함께 두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집주인(그 직계존속·직계비속을 포함합니다)이 그 집에 실제로 들어와 살려는 경우입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제8호). 그리고 대법원은 집주인 자리를 넘겨받은 새 집주인도, 정해진 기간 안이라면 자신이 그 집에 실제로 살겠다는 이유로 세입자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1다266631 판결).

다만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아무 때나 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한 기간 안이어야 합니다.

상황 결과 근거
세입자가 계약을 이어 가겠다고 요구했다 집주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바로 위 본문에서 본 조항)
새 집주인이 그 집에 실제로 들어와 살겠다고 한다 거절 사유가 될 수 있다 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1다266631 판결
언제까지 거절할 수 있나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 안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제1항, 6조의3 제1항
갱신요구권은 몇 번 쓸 수 있나 1회, 갱신되면 기간은 2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2항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새 집주인이라고 해서 세입자를 마음대로 내보낼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반대로 "새 집주인이니까 실거주를 이유로 못 나가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정해진 기간 안에, 실제로 그 집에 살겠다는 사유를 들어서라면 새 집주인도 그 카드를 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새 집주인에게서 "내가 들어와 살 테니 계약을 더 이어 갈 수 없다"는 말을 들으셨다면, 화를 내거나 포기하기 전에 먼저 시기를 따져 보셔야 합니다. 계약이 끝나는 날이 언제인지, 그 통지를 받은 날이 위 표의 기간 안에 들어오는지를 달력에 놓고 확인해 보는 것입니다. 이 확인은 세입자가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이후의 대응이 여기서 갈립니다.

실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 거절이 실제로 어떻게 다투어지는지 — 실거주 의사를 어떻게 확인하는지, 거절해 놓고 실제로 살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 는 계약갱신요구권과 집주인의 실거주 거절에서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새 집주인에게서 이런 통지를 받으셨다면 그 글을 먼저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실무에서는 이렇게 갈립니다

이런 사건을 상담하다 보면, 실제로 다투게 되는 지점이 사람들의 예상과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계약이 넘어가느냐"를 두고 다투는 일은 생각보다 드뭅니다. 그 부분은 대체로 정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정작 승패를 가르는 것은 날짜입니다.

앞서 본 것처럼 대항력은 이사해서 살기 시작하고 전입신고를 마친 바로 그날이 아니라 그 다음 날부터 생깁니다. 이 하루가 실무에서는 대단히 큽니다. 이삿날 아침에 전입신고를 하고 같은 날 오후에 소유권 이전등기나 근저당권 설정등기가 들어가면, 세입자는 "같은 날 다 했는데?"라고 생각하지만 법이 보는 순서는 등기가 먼저입니다.

그래서 상담에서 가장 먼저 요청드리는 자료가 등기사항증명서와 주민등록 초본입니다. 두 장을 나란히 놓고 날짜를 맞춰 보면, 그 사건에서 무엇을 주장할 수 있고 무엇을 주장할 수 없는지가 대개 그 자리에서 정해집니다. 집주인이 바뀌었다는 연락을 받으셨다면, 다른 무엇보다 등기부(등기사항증명서)부터 떼어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등기부는 인터넷등기소(www.iros.go.kr)에서 누구나 소액의 수수료를 내고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새 소유자가 누구인지, 언제 소유권이 넘어갔는지, 그 집에 빚이 얼마나 잡혀 있는지가 한 장에 다 나옵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의제기라는 카드가 생각보다 쓰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두 가지 벽이 있습니다.

첫째, 기한이 숫자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기준이 "안 때부터 상당한 기간 안"이라는 말은, 뒤집어 보면 문제가 터진 다음에 뒤늦게 이의를 제기하면 늦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무에서 흔히 보는 흐름, 즉 새 집주인에게 월세를 보내고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내다가 나중에 보증금 반환이 막히자 그제야 이의를 제기하는 방식은 대단히 불리합니다.

둘째, 옛 집주인에게 갚을 돈이 있어야 실익이 있습니다. 의무가 남아 있다는 것과 실제로 받아낼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이의를 제기할 것인가"를 감정이 아니라 계산으로 정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새 집주인의 등기부(빚이 얼마나 잡혀 있는지)와 옛 집주인의 형편, 이 둘을 견주어 보고 정할 문제입니다. 그리고 하기로 정하셨다면 알게 된 즉시, 내용과 시점이 함께 남는 방법으로 하셔야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택지가 좁아지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실무에서 자주 보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대목이 있습니다. 월세를 어디로 보낼 것인가입니다. 소유권이 넘어간 뒤에도 옛 집주인 계좌로 계속 보내면 나중에 정산이 꼬입니다. 반대로 "새 집주인이라며 연락해 온 사람"의 말만 믿고 계좌를 바꾸는 것도 위험합니다. 등기부로 소유자가 실제로 바뀐 것을 확인한 뒤, 바뀐 계좌와 그 시점을 기록이 남는 방법으로 정리해 두는 것 — 이 간단한 절차가 나중의 분쟁을 상당 부분 막아 줍니다.

이럴 때는 바로 변호사와 상담하세요

  • 새 집주인이 "계약은 나와 한 것이 아니니 나가라"고 요구하는 경우
  • 집이 팔린 뒤 등기부를 떼어 보니 보증금보다 앞선 빚이 크게 잡혀 있는 경우
  • 전입신고나 실제 거주 요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소유자가 바뀐 경우
  • 전입신고 날짜와 등기 날짜가 하루 이틀 차이여서 순서가 애매한 경우
  • 새 집주인과의 계약에 매이고 싶지 않아 이의제기를 고민하고 있는 경우
  • 계약 기간이 이미 끝나 보증금을 못 받고 있는 사이에 집이 팔린 경우
  • 새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해 왔는데 시기나 사유가 미심쩍은 경우
  • 옛 집주인과 새 집주인이 서로 상대방에게 받으라고 미루는 경우
  • 그 집이 경매로 넘어갔거나 넘어갈 상황인 경우

특히 날짜가 걸린 문제는 하루 차이로 결과가 달라집니다. 애매하다고 느껴지는 시점에 등기사항증명서와 주민등록 초본을 들고 한 번 확인해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응입니다.

핵심 요약

  1. 살던 집이 팔려도 임대차계약은 그대로 이어집니다. 집만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집주인 자리도 함께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2. 그래서 계약서를 다시 쓸 필요가 없고, 계약 기간·보증금·월세 조건도 바뀌지 않습니다. 집주인 자리가 넘어가는 데에 세입자의 동의가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3. 보증금은 원칙적으로 새 집주인에게 청구합니다. 집을 판 사람은 그 의무를 벗습니다.
  4. 다만 이 보호를 받으려면 그 집에 실제로 살면서 전입신고를 마쳐 두었어야 합니다. 그 힘은 전입신고를 한 날이 아니라 그 다음 날 0시부터 생깁니다. 이 하루 차이가 실제 사건에서 결과를 바꾸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5. 새 집주인이 미덥지 않다면, 집이 팔린 사실을 안 뒤 너무 늦지 않게 이의를 제기해 옛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6. 다만 그 기한은 법에 숫자로 정해져 있지 않고, 실제 사건에서는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된 예도 있습니다. 늦어질수록 불리합니다.
  7. 계약 기간이 끝났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이라면 계약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므로, 그 사이에 집이 팔려도 상대는 새 집주인입니다.
  8. 전입신고를 해 두지 않았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등기부와 전입신고 날짜를 먼저 확인한 뒤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9. 집이 경매로 넘어간 경우는 규칙이 다릅니다. 임차권은 낙찰로 소멸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보증금을 다 받지 못한 대항력 있는 임차권은 소멸하지 않습니다.
  10. 새 집주인도 정해진 기간 안이라면 자신이 그 집에 실제로 살겠다는 이유로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새 집주인은 실거주를 이유로 거절하지 못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최신 법령·판례를 바탕으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