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은 지금도 금지됩니다. 헌법재판소도 이 금지는 헌법에 맞는다고 봤습니다. 다만 이를 어긴 혼인을 예외 없이 처음부터 무효로 하는 조항은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맞지 않는다고 결정했고, 국회가 정해진 시한까지 고치지 않아 2025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런 혼인이 처음부터 없던 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 법원 판결로 끝낼 수 있는 '취소' 대상이 된다고 해석됩니다. 다만 2024년 이전에 신고된 혼인은 사정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금지와 무효가 왜 따로 판단됐는지, 그리고 지금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차례로 설명합니다.

8촌 이내 혈족은 어디까지인가요?

먼저 '혈족'은 피로 이어진 친척을 말합니다. 입양으로 생긴 친척도 법에서는 혈족으로 봅니다. 그리고 '촌수'는 두 사람이 얼마나 가까운지를 세는 숫자입니다.

촌수는 공통 조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단계를 세면 됩니다. 나와 부모는 1촌이고, 형제자매는 부모를 거치므로 2촌입니다. 삼촌은 3촌, 삼촌의 자녀인 사촌은 4촌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부모의 사촌의 자녀가 6촌이고, 조부모의 사촌의 손주가 8촌입니다.

여기서 많은 분이 놓치는 점이 있습니다. 성씨가 달라도, 외가 쪽이어도 혈족입니다. 사례의 부부처럼 남편의 외가와 아내의 친가가 이어져 있으면 성도 다르고 고향도 달라서 모르고 지내기 쉽습니다.

법은 8촌 이내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민법 제809조 제1항). 혼인신고서에도 근친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적게 되어 있습니다(가족관계등록법 제71조 제4호). 그런데 헌법재판소도 지적했듯이, 우리나라에는 두 사람이 8촌 이내인지 바로 확인해 주는 제도가 없습니다. 그래서 혼인한 뒤에 우연히 알게 되는 일이 생깁니다.

헌법재판소는 금지와 무효를 왜 다르게 봤나요?

헌법재판소는 2022년 10월 27일, 이 문제에 두 가지 다른 답을 냈습니다(헌법재판소 2022. 10. 27. 2018헌바115). 실제 사건은 6촌 사이의 부부에게 혼인무효 소송이 제기된 경우였습니다.

첫째, 금지 자체는 헌법에 맞는다고 봤습니다. 재판관 9명 중 5명의 의견이었습니다. 가까운 친척 사이의 혼인을 막는 것은 가족 안의 역할과 관계가 뒤섞이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고, 그 필요는 여전히 있다고 보았습니다. 나머지 4명은 8촌까지 막는 것은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둘째, 어긴 혼인을 예외 없이 처음부터 무효로 하는 것은 헌법에 맞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이번에는 재판관 9명이 모두 같은 결론이었습니다. 다만 이유는 둘로 나뉘었습니다. 금지 범위가 넓으니 무효 범위도 넓다는 4명의 의견이 있었고, 결정을 이끈 5명의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미 부부로 살며 서로 돕고, 아이를 낳고, 가족끼리 믿고 기대며 지내 왔다고 해 봅시다. 그런데 그 혼인을 한꺼번에 처음부터 없던 일로 만들면, 가족을 지키려고 만든 금지가 오히려 가족을 무너뜨리게 됩니다. 아이는 혼인 외에서 태어난 자녀가 되고, 배우자는 상속이나 연금 같은 권리를 잃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부부 한쪽이나 4촌 이내의 친척이 기간 제한 없이 언제든 무효 소송을 낼 수 있어, 한쪽이 상대를 내쫓는 수단으로 쓸 위험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는 대안도 짚었습니다. 정말 심각한 경우만 무효로 하고, 나머지는 '취소'로 돌려 앞으로를 향해서만 혼인을 끝내게 하되,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을 제한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이 조항을 곧바로 없애면 금지를 지킬 수단이 사라지므로, 2024년 12월 31일까지는 그대로 적용하면서 국회가 고치도록 했습니다.

이 결정은 기본권 제한의 기본 원칙을 잘 보여 줍니다. 목적이 정당해도, 그 목적을 이루는 방식이 꼭 필요한 정도를 넘으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금지는 필요하지만, 금지를 지키게 하는 방법까지 무엇이든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무효와 취소는 무엇이 다른가요?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구분입니다. 두 말은 비슷하게 들리지만 결과가 크게 다릅니다.

무효는 처음부터 혼인이 없었던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부부로서 생긴 일들이 거꾸로 뒤집힙니다. 무효인 혼인에서 태어난 아이는 혼인 외의 출생자로 봅니다(민법 제855조 제1항 후단). 배우자로서 받은 상속도 흔들립니다.

취소는 법원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앞으로만 혼인이 끝나는 것입니다. 취소의 효력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습니다(민법 제824조). 그래서 판결 전까지의 혼인은 유효한 혼인으로 남고, 아이도 혼인 중에 태어난 자녀로 남습니다. 결과만 보면 이혼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법은 근친혼을 이유로 한 취소에 중요한 제한을 하나 두었습니다. 부부가 혼인 중에 아이를 가졌다면 취소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민법 제820조). 취소를 청구할 수 있는 사람도 당사자, 부모·조부모 같은 직계존속, 4촌 이내의 방계혈족으로 정해져 있습니다(민법 제817조). 방계혈족은 사촌처럼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피로 이어진 친척을 말하고, 배우자 쪽 친척(인척)은 여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시한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되나요?

국회는 정해진 시한인 2024년 12월 31일까지 이 조항을 고치지 않았습니다. 2026년 10월 9일 현재 법전의 문언도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무효 조항(민법 제815조 제2호)은 2025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잃었습니다. 헌법불합치 결정의 시한이 지나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는 헌법불합치 결정 글에서 따로 설명했습니다.

그러면 지금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은 어떻게 될까요. 법은 근친혼을 취소 사유로 정하면서, 무효 조항(민법 제815조)에 따라 무효가 되는 경우는 취소 사유에서 빼 두었습니다(민법 제816조 제1호). 여기서 빠지는 것은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만이 아니라, 배우자의 부모처럼 직계인척이었던 사람과의 혼인 등 무효 조항의 다른 경우도 포함됩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무효로 하던 부분이 효력을 잃었으니, 그 범위에서 빠져 있던 혼인이 취소 사유로 돌아온다고 해석됩니다. 헌법재판소가 대안으로 짚은 방향과도 맞습니다. 다만 2026년 10월 현재 이 해석을 직접 판단한 법원 판결이나 예규는 아직 공개된 것이 없으므로, 실제 사건에서는 법원의 판단을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두 가지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첫째, 2024년 이전에 신고된 혼인입니다. 헌법재판소는 무효 조항을 2024년 12월 31일까지 계속 적용하라고 했으므로, 그때까지는 이 조항이 살아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다른 분야(행정 제재) 사건에서, 계속 적용이 명해진 조항은 시한까지 효력을 유지하다가 그 다음 날부터 앞으로만 효력을 잃으므로, 효력이 있던 때 생긴 일에는 그 조항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2두14729 판결). 이 법리를 따르면 이미 무효 판결이 확정된 혼인이 되살아나지는 않는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나아가 아직 판결이 없는 혼인이라도 신고 당시에는 무효 조항이 살아 있었으므로, 무효로 볼 여지가 남습니다. 반면 혼인은 한 번에 끝나는 행위가 아니라 계속되는 관계라는 점에서 다르게 볼 수도 있습니다. 2026년 10월 현재 이를 직접 판단한 판결은 확인되지 않으므로, 사례의 부부처럼 결혼한 지 오래된 경우라면 꼭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새 규정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입니다. 국회에는 4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은 무효로, 그 밖은 취소 사유로 바꾸는 개정안이 제출되어 2025년 3월 법제사법위원회 검토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6년 10월 9일 현재 법전의 무효 조항 문언은 바뀌지 않았으므로 아직 통과·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최신 진행 상태는 국회 의안정보시스템(likms.assembly.g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그 내용과 시행일, 경과 규정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요?

먼저 아직 혼인 전이라면 답은 분명합니다. 금지는 그대로이므로, 혼인신고를 하면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혼인신고는 금지 규정에 어긋나지 않을 때에만 수리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민법 제813조). 친척일 가능성이 있다면 가족관계증명서와 제적등본으로 윗세대를 거슬러 확인해 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이미 혼인했다면 다음 세 가지를 먼저 정리해 두십시오.

  1. 혼인신고를 한 날짜 — 2025년 1월 1일 전인지 뒤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2. 실제 촌수 — 전해 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서류로 확인한 촌수여야 합니다. 생각보다 촌수가 멀어 애초에 금지 대상이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3. 혼인 중에 아이를 가졌는지 — 취소 대상이 된다면 청구 자체를 막는 사유가 됩니다.

실무에서는 이렇게 갈립니다

변호사로서 보면, 이런 문제는 부부 사이에서 먼저 터지기보다 상속이나 연금이 걸렸을 때 다른 친척이 꺼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우자가 세상을 떠난 뒤 "그 혼인은 처음부터 무효였다"고 주장하면, 남은 배우자의 상속분과 유족 연금이 한꺼번에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가 걱정한 장면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주장을 들었다면 감정적으로 다투기 전에, 위의 세 가지를 서류로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무효 조항이 효력을 잃고 새 규정은 아직 없는, 법이 비어 있는 시기입니다. 예전에 들었던 "8촌 안이면 무조건 무효"라는 말이 지금도 그대로 맞는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핵심 요약

  1.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은 지금도 금지되고, 헌법재판소도 이 금지는 헌법에 맞는다고 봤습니다.
  2. 성씨가 다르거나 외가 쪽이어도 혈족이며, 입양으로 생긴 친척도 포함됩니다.
  3. 헌법재판소는 2022년, 어긴 혼인을 예외 없이 처음부터 무효로 하는 조항은 헌법에 맞지 않는다고 재판관 9명 모두 같은 결론으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그 이유는 5명과 4명으로 갈렸습니다.
  4. 이유는 함께 살아온 부부와 아이를 한꺼번에 없던 일로 만드는 것이 지나치다는 것이었습니다.
  5. 국회가 시한인 2024년 말까지 고치지 않아, 무효 조항은 2025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잃었습니다.
  6. 그래서 지금은 이런 혼인이 처음부터 무효가 아니라 법원 판결로 앞으로를 향해 끝내는 취소 대상이 된다고 해석되지만, 이를 직접 판단한 판결은 아직 없습니다.
  7. 취소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 판결 전 혼인과 자녀의 지위는 그대로 남습니다.
  8. 혼인 중에 아이를 가졌다면 근친혼을 이유로 한 취소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9. 2024년 이전에 신고된 혼인은 신고 당시의 무효 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있고, 앞으로의 개정 내용도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꼭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10. 이런 주장을 들었다면 혼인신고일, 실제 촌수, 임신 여부를 서류로 먼저 확인하십시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최신 법령·판례를 바탕으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