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진짜 있었던 일을 그대로 써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내용이 진실이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가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사실이냐"보다 "이 글이 공익이냐"가 더 큰 다툼거리가 됩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구조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막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지금도 계속 논쟁이 이어지는 조항입니다.
사실을 써도 왜 명예훼손이 되나요?
많은 분이 명예훼손을 "거짓말로 남을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형법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거짓이 아니어도, 남들 앞에서 사실을 드러내 그 사람의 평판을 떨어뜨리면 처벌할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처벌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형법 제307조 제1항). 거짓 사실을 말한 경우는 따로 더 무겁게 처벌합니다.
여기서 몇 가지 말을 풀어 두겠습니다. 먼저 '공연히'는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이 알 수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맘카페 글이나 SNS 게시물이 대표적입니다. 다음으로 '적시'는 구체적인 사실을 드러내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명예'는 마음속 자존심이 아니라 사회가 그 사람에게 내리는 평가를 뜻합니다. 그래서 사실이라도 그 평가를 떨어뜨리면 문제가 됩니다.
인터넷에 올린 경우에는 한 가지가 더 붙습니다.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면 정보통신망법이 따로 처벌합니다. 이쪽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더 무겁습니다(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 만약 올린 내용이 사실이 아닌 거짓이고 비방할 목적까지 인정되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훨씬 무겁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2항). 이 벌금 상한은 2026년 7월 7일부터 시행된 법 개정으로 5천만 원에서 높아진 것이라, 그 전에 올린 글에는 종전 상한이 적용됩니다. 이 글의 사례처럼 온라인 후기가 문제 되면 이 조항들이 함께 거론됩니다.
진실이면 처벌받지 않는 예외는 무엇인가요?
법은 예외 문을 하나 열어 두었습니다. 쓴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면 처벌하지 않습니다(형법 제310조). 그러니 이 예외를 받으려면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합니다. 하나는 진실이라는 점, 다른 하나는 공익이라는 점입니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먼저 '진실'은 생각보다 너그럽게 봅니다. 세부 내용이 조금 다르거나 표현이 약간 과장됐더라도, 중요한 부분이 사실과 맞으면 진실로 봅니다. 또 진실이라는 증명이 완벽하지 않아도, 쓴 사람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처벌하지 않는 쪽으로 해석합니다.
'공공의 이익'도 너그럽게 읽는 방향입니다. 사회 전체에 관한 일뿐 아니라 특정 집단과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일도 포함합니다. 또 쓴 사람의 주된 목적이 공익이라면, 부수적으로 개인적인 속상함이 섞여 있어도 예외를 배제하지 않습니다. 이 해석들은 대법원이 판결로 정리한 것이고, 헌법재판소도 앞의 결정에서 같은 해석을 들어 표현의 자유 제한이 줄어든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 예외가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명예훼손의 문턱을 넘은 뒤에, 쓴 사람이 "이 글은 공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다투어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 점이 아래에서 볼 논쟁의 핵심입니다.
인터넷에 올린 글은 한 가지가 더 다릅니다. 대법원은 비방할 목적이 인정되는 인터넷 명예훼손에는 이 예외 조항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봅니다. 대신 인터넷 쪽 처벌 규정은 처음부터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성립하는데, 이 목적은 공익을 위한 목적과 방향이 반대입니다. 그래서 알린 내용이 공익에 관한 것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이 없다고 보아 처벌하지 않습니다. 길은 다르지만, 결국 글을 쓴 목적이 무엇이었나가 쟁점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규정을 어떻게 봤나요?
헌법재판소는 2021년 2월 25일, 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을 처벌하는 이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헌법재판소 2021. 2. 25. 2017헌마1113등). 재판관 9명 중 5명의 의견이었습니다. 이 결정을 이해하려면, 헌법재판소가 어떤 식으로 판단하는지 한 번 짚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이 정당하려면, 목적이 정당하고 꼭 필요한 만큼만 제한해야 하며, 지켜지는 이익과 잃는 이익이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5명의 재판관(법정의견)은 이렇게 보았습니다. 첫째, 한번 훼손된 명예는 되돌리기 어렵고, 인터넷에서는 퍼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둘째, 민사 소송으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는 있지만, 우리나라는 형벌만큼 막는 힘이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듭니다. 셋째, 앞에서 본 공익 예외가 넓게 해석되고 있어 표현의 자유 제한이 최소화되어 있습니다. 넷째,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는 사실'만 처벌하자는 대안도 있지만, 사생활과 아닌 것의 경계가 불분명해 오히려 위축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조항이 과도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4명의 재판관(반대의견)은 다르게 보았습니다. 이분들은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 진실한 사실을 처벌하는 부분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헌법에 어긋난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공익 예외가 있어도, 내가 쓰려는 글이 예외에 해당하는지 미리 알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처벌이 두려워 필요한 이야기까지 접어 버립니다. 그리고 사생활이라는 말은 이미 여러 법률에서 쓰이는 개념이라 비교적 분명하다고 보았습니다.
2023년에는 인터넷에서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을 올린 경우를 처벌하는 정보통신망법 조항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가 판단했습니다. 결론은 같았습니다. 합헌이었고, 이번에도 재판관 4명이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정리하면 헌법재판소는 이 규정을 위헌으로 선언한 적이 없습니다. 반대 의견이 4명이나 있었다는 사실이 이 조항이 논쟁 중이라는 증거이지만, 반대 의견은 법의 효력을 바꾸지 못합니다. 이 글을 쓴 2026년 10월 9일 현재 이 조항은 1995년에 정해진 모습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공익을 어디서 가르나요?
변호사로서 보면, 이런 사건은 "진실이냐"보다 "공익이냐"에서 결과가 갈립니다. 헌법재판소가 설명한 기준을 실무에 맞게 풀면 대략 네 가지를 봅니다.
첫째, 상대가 누구인가. 공직자나 대중 앞에 나서는 사람은 비판을 더 받아들여야 한다고 봅니다. 평범한 개인에 대한 글은 더 조심스럽게 판단합니다. 참고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므로, 정책에 대한 비판은 훨씬 넓게 허용됩니다.
둘째, 글의 소재가 공적인 일인가, 사적인 일인가. 학원이 환불을 미루는 일은 같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다른 학부모의 이해와 이어지지만, 상대의 이혼이나 병력 같은 사생활은 대개 그렇지 않습니다.
셋째, 글을 쓴 방식이 목적에 맞는가. 같은 후기라도 "환불이 3개월째 안 되고 있다"는 사실을 담담히 쓴 글과, 상대의 이름과 사진을 올리고 욕설을 덧붙인 글은 전혀 다르게 읽힙니다. 공익을 위한 글이라면 필요한 만큼만 써야 설득력이 있습니다.
넷째, 그 사실을 그 장소에 올릴 이유가 있는가. 같은 이야기도 소비자원이나 관련 기관에 신고하는 것과 불특정 다수가 보는 곳에 올리는 것은 파급력이 다릅니다. 이 점은 법이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건에서 "공익이 주된 목적이었는가"를 가늠할 때 정황으로 보입니다.
글을 올리기 전에 무엇을 점검하면 좋을까요?
사례의 학부모가 후기를 올리기 전에 이렇게 점검했다면 어땠을까요.
- 증거가 있는가. 문자, 영수증, 통화 기록처럼 사실을 보여 줄 자료를 먼저 모아 둡니다.
- 적을 필요가 없는 것은 뺐는가. 상대의 가족, 사진, 개인 연락처처럼 공익과 관계없는 내용은 뺍니다.
- 평가가 아닌 사실을 썼는가. "사기꾼"보다 "환불을 약속한 날짜에 지급하지 않았다"가 낫습니다. 단, 모욕이 되는 표현은 이 글의 주제와 별개로 따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다른 길을 먼저 밟았는가. 정식 항의, 신고, 분쟁 조정을 거쳤다면 그 과정 자체가 목적이 공익이었다는 정황이 됩니다.
이미 글을 올렸는데 연락을 받았다면, 먼저 글과 주소를 저장하고 근거 자료를 정리하십시오. 이 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기소할 수 없습니다(형법 제312조 제2항). 그래서 사과와 합의로 정리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고소 절차와 합의금 이야기는 온라인에서 욕설·비방 당했다면? 명예훼손·모욕죄 고소 방법에서 다루었으니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핵심 요약
- 진짜 있었던 일을 그대로 써도, 남들 앞에서 드러내 평판을 떨어뜨리면 명예훼손죄가 될 수 있습니다.
- 진실이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글이면 처벌하지 않는 예외가 있습니다. 두 조건이 모두 필요합니다.
- 이 예외는 자동으로 적용되지 않고, 쓴 사람이 공익임을 다투어야 하는 구조입니다.
- 헌법재판소는 2021년 이 규정을 합헌으로 판단했습니다. 재판관 9명 중 5명의 의견이었습니다.
- 반대한 4명은 사생활이 아닌 진실한 사실까지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보았습니다.
- 반대 의견은 효력이 없으므로 지금도 이 조항은 그대로 적용됩니다.
- 인터넷에 올린 경우에는 비방할 목적이 있으면 더 무거운 정보통신망법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 실무에서는 상대가 누구인지, 소재가 공적인지, 쓴 방식이 필요한 만큼인지를 봅니다.
- 올리기 전에 증거를 모으고, 공익과 관계없는 정보는 빼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 이미 연락을 받았다면 글과 자료를 저장하고, 피해자의 처벌 의사 여부가 합의의 열쇠가 된다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최신 법령·판례를 바탕으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