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어도 근로계약은 이미 성립해 있습니다. 일을 하기로 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기로 한 순간 약속은 이미 맺어진 것이고, 계약서는 그 약속을 종이에 적어 둔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계약서가 없다고 해서 월급·주휴수당·연차·퇴직금 같은 권리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첫날부터 그냥 일했는데 아무도 계약서 얘기를 안 하네."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때도, 작은 회사에 들어갈 때도 흔한 일입니다. 그러다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걱정이 밀려옵니다. "계약서가 없으니 나는 아무것도 주장 못 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계약서를 써서 건네주는 것은 사업주의 의무이고, 지키지 않았을 때 책임을 지는 쪽도 사업주입니다.

이 글에서는 ① 계약서가 없어도 왜 계약이 있는 것인지, ② 계약서를 쓰고 건네줄 의무는 누구에게 있는지, ③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 ④ 안 써 주면 사업주는 어떻게 되는지(그리고 그 돈이 내게 오는지), ⑤ 아르바이트·계약직·5명 미만 가게는 어떤지, ⑥ 계약서가 없을 때 근로조건은 무엇으로 증명하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하겠습니다.

계약서를 안 썼으면 근로계약도 없는 건가요?

아닙니다. 계약서가 없어도 근로계약은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법이 정한 근로계약의 뜻 어디에도 '서면'이라는 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법은 근로계약을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이라고 정의합니다(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4호). 어려운 말을 걷어내면 이렇습니다. "일을 해 주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기로 한 약속." 이것이 전부입니다. 종이에 적었는지, 도장을 찍었는지는 정의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일을 하기로 하고 임금을 받기로 한 그 순간, 약속은 이미 맺어진 것입니다. 계약서는 그 약속을 나중에 확인하기 편하도록 적어 둔 기록일 뿐이라서, 기록이 없다고 약속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편의점 사장님이 "내일부터 오후 6시에 나오세요, 시급은 정해진 대로 드릴게요"라고 말했고, 실제로 나가서 일했고, 한 달 뒤 통장에 급여가 들어왔습니다. 계약서는 한 장도 없습니다. 그래도 이 사람은 근로자이고, 그 가게와의 사이에는 근로계약이 있습니다. 그래서 밀린 임금을 달라고 할 수 있고, 조건을 갖췄다면 주휴수당이나 퇴직금도 계약서 없이 청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계약서가 없어도 권리가 있다는 말은 "아무 준비 없이도 다 받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권리가 있는 것과, 그 권리의 내용을 증명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 증명 방법을 따로 다루겠습니다.

계약서는 누가 써야 하고, 누구에게 줘야 하나요?

의무를 지는 쪽은 사업주입니다. 근로자가 "계약서를 안 썼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일은 없습니다. 법이 의무를 지운 상대가 사업주(법에서는 '사용자'라고 합니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의무에는 많은 분들이 놓치는 두 번째 겹이 있습니다. 적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적은 것을 근로자에게 건네주는 것까지가 의무라는 점입니다. 법은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과 일하기로 정한 시간, 휴일, 연차 유급휴가가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17조 제2항). '교부'는 써서 건네주는 것을 말합니다. 이 서면에는 법이 정한 전자문서도 포함됩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문제가 됩니다.

사장님이 계약서를 내밀어 서명은 했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이 그 종이를 그대로 서랍에 넣었고, 나는 사본을 받지 못했습니다.

법이 요구하는 것은 건네주는 것까지입니다. 그러니 "봤다"와 "받았다"는 다릅니다. 서명만 하고 한 장도 받지 못했다면, 사업주는 의무를 다한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상담에서 "계약서는 썼는데 제 손에는 없어요"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이 경우도 그냥 넘길 일이 아닙니다.

다만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처음에 적어 준 내용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이 바뀌는 등 법이 정한 사유로 변경되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요구하면 그때 건네주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즉 처음 계약할 때는 요구하지 않아도 당연히 건네주어야 하고, 그 뒤 위와 같은 사유로 내용이 바뀐 때에는 요구하면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조건이 바뀌었는데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면, "바뀐 내용을 서면으로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계약서에는 무엇이 들어가야 하나요?

사업주는 근로계약을 맺을 때 임금 / 일하기로 정한 시간(소정근로시간) / 휴일 / 연차 유급휴가 /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을 분명히 알려 주어야 하고, 계약을 맺은 뒤 이 사항들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근로기준법 제17조 제1항).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대목이 실무에서 특히 자주 빠집니다. 예를 들어 시급이 10,000원에서 10,700원으로 오르거나, 주 3일 근무가 주 5일로 바뀌었다면 그때도 바뀐 내용을 적어 다시 건네주어야 합니다. "처음에 한 번 썼으니 됐다"가 아닙니다.

한편 알려 주어야 하는 것서면으로 건네주어야 하는 것의 범위가 조금 다릅니다. 인터넷 글에서 가장 많이 뭉뚱그려지는 부분이라 표로 갈라 보겠습니다.

반드시 알려 주어야 하는 것 서면으로 적어 건네주어야 하는가
임금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일하기로 미리 정한 시간)
휴일 (주휴일 등)
연차 유급휴가 (쉬어도 임금이 나오는 휴가)
취업의 장소와 해야 할 업무 알려 주어야 하지만, 건네줄 서면의 목록에는 없음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8조)
취업규칙에서 정한 사항·기숙사 규칙 사항 알려 주어야 하지만, 건네줄 서면의 목록에는 없음 (같은 조문)

오해하기 쉬운 대목을 짚어 두겠습니다. 건네줄 서면의 목록에 없다고 해서 "안 알려 줘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알려 줄 의무는 그대로 있고, 다만 종이로 건네줄 항목을 법이 따로 정해 두었을 뿐입니다.

임금을 적을 때는 시급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지 않는지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저임금보다 낮게 정한 부분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 연차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연차수당 글에서 따로 다루었습니다.

안 써 주면 사업주는 어떻게 되나요?

근로조건을 알려 주고 서면으로 건네줄 의무를 어긴 사업주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근로기준법 제114조 제1호). 여기서 두 가지를 정확히 알아 두셔야 합니다.

첫째, 이것은 '과태료'가 아니라 '벌금'입니다. 벌금은 형사처벌이라서 전과가 남을 수 있는 반면, 과태료는 형사처벌이 아닌 행정 제재입니다. 뒤에서 보겠지만 기간을 정해 일하는 사람에 관한 다른 법에는 과태료 규정이 있고 그 상한도 500만원이라, 인터넷 글에서 두 가지가 자주 뒤섞입니다. 근로기준법 쪽은 벌금, 다른 법 쪽은 과태료로 기억하시면 됩니다.

둘째, 그 돈은 근로자에게 오는 돈이 아닙니다. 이 글에서 가장 오해가 많은 지점입니다. 벌금이든 과태료든 국가에 내는 돈이지, 신고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보상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사업주에게 벌금 300만원이 선고되었다고 해도(금액은 설명을 위한 예시입니다), 그 돈이 근로자 통장으로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밀린 월급이나 수당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으실 겁니다. 그것은 완전히 다른 절차입니다. 근로조건을 안 적어 준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일과, 못 받은 돈을 실제로 받아 내는 일은 갈래가 다릅니다. 못 받은 돈을 받는 절차(노동청 진정, 민사 청구 등)는 임금체불, 이렇게 대응하세요에서 단계별로 정리해 두었으니 그쪽을 보시면 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계약서 미교부를 문제 삼는 것과 돈을 받아 내는 것은 별개의 두 절차이고, 두 가지를 함께 진행해야 실제로 손에 남는 것이 생깁니다.

아르바이트·계약직도 똑같나요?

네, 똑같습니다. 오히려 의무가 겹쳐서 더 무겁습니다.

여기에 흔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기간을 정해 일하는 사람(계약직)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이 있으니, 그 법만 적용되고 근로기준법은 안 걸리는 것 아니냐"는 말입니다. 대법원은 이 주장을 정면으로 물리쳤습니다. 근로조건을 알려 줄 의무를 정한 조항과 그 처벌 조항은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맺을 때에도 적용되고, 다른 법이 거의 같은 위반행위에 과태료를 두고 있다고 해서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0도16541 판결).

두 법의 관계를 표로 갈라 보겠습니다.

어떤 법 누구에게 적용되나 무엇을 요구하나 어기면
근로기준법 모든 근로자 (아르바이트·계약직 포함) 근로조건을 알려 주고, 핵심 항목은 서면으로 건네줄 것 500만원 이하의 벌금 (형사처벌)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7조 기간을 정해 일하는 사람·짧게 일하는 사람 근로계약기간·근로시간·임금·휴일휴가·업무 등을 서면으로 명시할 것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같은 법 제24조 제2항 제2호 — 행정 제재)

표를 볼 때 딱 한 줄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벌금은 형사처벌이고 과태료는 행정 제재이지만, 둘 다 국가에 내는 돈이고 근로자에게 오는 돈은 아닙니다.

또 하나, 두 법이 요구하는 것도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주요 항목에 대해 근로자가 요구하지 않아도 서면을 건네주도록 하고 있어서, 서면으로 적으라는 데서 그치는 다른 법보다 사업주의 의무를 더 무겁게 정해 두었습니다. 위 판결도 이 차이를 지적했습니다.

다만 "두 가지 제재를 반드시 함께 물게 된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습니다. 확인된 것은 다른 법에 규정이 있다고 해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는 데까지입니다. 실제로 어떤 제재가 이루어지는지는 사안에 따라 달라집니다.

직원이 5명이 안 되는 가게도 써야 하나요?

네, 써야 합니다. 이 대목에서 헷갈리는 분이 많습니다. 근로기준법에는 직원이 5명이 안 되는(상시 4명 이하)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규정이 실제로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부당해고를 다투는 구제신청 관련 조항이 그렇습니다(→ 부당해고). 그래서 "우리 가게는 3명이니까 근로기준법이 통째로 안 걸린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적용 여부는 규정마다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근로조건을 알려 주고 서면으로 건네줄 의무는 직원이 4명 이하인 사업장에도 적용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앞서 본 2024년 대법원 판결이 바로 그런 사건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의무와 그 처벌 조항이 상시 4명 이하 사업장에도 적용된다는 전제에서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 대해, 그 판단이 정당하고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하며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즉 작은 가게의 사업주가 근로조건을 적어 주지 않아 유죄가 확정된 사건이 실제로 있습니다.

흔한 오해 실제
"5명 미만이면 근로기준법이 통째로 적용되지 않는다" 아니다. 법은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에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4명 이하 사업장에도 일부 규정을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제2항)
"5명 미만이면 계약서를 안 써도 된다" 아니다. 근로조건을 알려 주고 건네줄 의무는 적용된다는 것이 위 판결의 태도다
"그러면 5명 미만에도 근로기준법이 전부 적용된다" 그것도 아니다. 규정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연차 유급휴가에 관한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표의 마지막 줄을 조금 더 설명드리겠습니다. 계약서를 써 주어야 한다는 것과, 그 안에 적힐 권리의 내용이 같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직원이 5명이 안 되는 사업장이라면 연차 같은 일부 제도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계약서에는 반드시 연차가 적혀 있어야 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자기 사업장의 상시 근로자 수가 몇 명으로 계산되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계약서가 없으면 근로조건은 무엇으로 증명하나요?

이제 가장 현실적인 질문입니다. 권리가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시급 12,000원에 하루 6시간"이라는 약속을 무엇으로 보여 주느냐는 문제가 남습니다.

그 전에 한 가지. 계약서를 받아 두면 생기는 무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적어 준 근로조건이 실제와 다를 경우, 근로자는 그로 인한 손해를 물어내라고 요구할 수 있고 바로 그만둘 수도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19조 제1항). 다만 이 조항은 조건을 적어 알려 준 것이 있는데 실제가 다른 경우를 위한 것이라, 애초에 아무것도 안 써 준 경우에 그대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계약서를 받아 두는 일은 형식이 아니라 나중을 위한 무기를 챙겨 두는 일입니다.

계약서가 없다면, 아래와 같은 자료들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무엇을 증명해야 하나 계약서가 없을 때 쓸 수 있는 자료
그 가게·회사에서 일했다는 사실 출퇴근 기록, 근무표, 업무 지시 문자·메신저, 함께 일한 사람의 진술
시급·월급이 얼마로 약속됐는지 채용 공고 캡처, 면접 때 주고받은 문자, 급여 이체 내역
며칠·몇 시간 일하기로 했는지 근무표, 교대표, 출퇴근 기록
계약서 이름이 '용역계약서'여도 근로자인지 실제로 일을 시키고 관리받았는지 등 일한 실질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사업주 쪽에 자료가 남아 있을 수 있다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관한 중요한 서류를 3년간 보존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42조)

표의 마지막 줄이 의외로 힘이 됩니다. "나는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곧 "아무 자료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업주 쪽에 남아 있어야 할 자료가 있고, 절차 안에서 그 자료를 확인할 여지가 있습니다.

한 가지 더. 계약서를 달라고 요구했다는 사실 자체를 남겨 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문자나 메신저면 충분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내용증명을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나중에 "그런 요구를 받은 적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막아 주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는 이렇게 갈립니다

상담에서 제가 제일 먼저 찾는 것은 계약서가 아니라 '채용 공고'입니다. 계약서를 안 썼다는 상담이 오면 계약서를 찾을 이유가 없습니다. 없으니까요. 대신 네 가지를 먼저 요청합니다.

첫째, 채용 공고 캡처입니다. 시급이 얼마인지, 주 며칠 몇 시간인지가 거기 적혀 있습니다. 공고는 사업주가 스스로 세상에 내건 조건이라 나중에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뒤집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공고는 채용이 끝나면 내려갑니다. 그래서 일을 시작하는 날 캡처해 두는 것만으로 나중의 긴 다툼이 줄어듭니다.

둘째, 면접이나 입사 직전에 주고받은 문자와 메신저입니다. "내일 9시부터 나오시면 됩니다", "처음 한 달은 시급을 이렇게 드립니다" 같은 대화가 사실상 계약서 노릇을 합니다.

셋째, 급여가 실제로 들어온 통장 내역입니다. 같은 금액이 같은 날짜에 반복되면 그 자체가 약속된 조건의 흔적이 됩니다.

넷째, 근무표·교대표입니다. 몇 시간 일하기로 했는지를 다투게 되면 이것이 가장 강력합니다.

또 하나, 현장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계약서를 아예 안 쓰거나, 쓰더라도 '용역계약서'·'프리랜서 계약서'라는 이름으로 쓰고 급여에서 3.3%를 떼는 방식입니다. 그러다 문제가 생기면 "그분은 근로자가 아니라 프리랜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 논리를 오래전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실질에 있어 임금을 목적으로 시키는 대로 일하는 관계에서 일을 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대목은 그다음입니다.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는지(급여에서 세금을 어떻게 떼었는지), 사회보험에서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같은 사정은 사업주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런 점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습니다. 실제로 학원과 매년 '강의용역제공계약'이라는 이름의 계약서를 쓰고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당한 강사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본 사례가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에서 "계약서 이름이 용역계약서예요"라는 말을 들으면, 저는 그 종이를 보지 않고 하루 일과를 물어봅니다. 몇 시에 나갔는지, 누가 일을 시켰는지, 못 나가게 되면 누구에게 보고했는지. 결론은 대개 거기서 갈립니다. 다만 오해는 없으시기 바랍니다. 3.3%를 떼었다고 무조건 근로자인 것도, 무조건 아닌 것도 아닙니다. 여러 사정을 종합해서 판단합니다.

이럴 때는 바로 변호사와 상담하세요

  • 계약서를 못 받은 상태에서 월급·주휴수당·퇴직금이 밀려 있는 경우
  • 사장님이 말한 조건과 실제로 들어온 급여가 다른데 적어 둔 것이 없는 경우
  • 계약서에 서명은 했는데 사본을 받지 못했고, 지금은 회사가 내용을 다르게 말하는 경우
  • '용역계약서'·'프리랜서 계약서'를 썼거나 3.3%를 떼였는데, 실제로는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지시를 받고 일한 경우
  • 그만둔 뒤에 회사가 근로자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경우
  • 상시 근로자 수가 5명 부근이어서 어떤 규정이 적용되는지 애매한 경우
  • 계약 조건이 중간에 바뀌었는데 바뀐 내용을 아무것도 받지 못한 경우
  • 계약서를 달라고 했다가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되는 경우

특히 자료는 시간이 갈수록 사라집니다. 채용 공고는 내려가고, 메신저 대화는 지워지고, 근무표는 폐기됩니다. 애매하다고 느끼는 시점에 자료부터 모아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응입니다.

핵심 요약

  1. 계약서를 안 썼어도 근로계약은 이미 성립해 있습니다. 법이 정한 근로계약의 뜻에 '서면'이라는 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2. 그래서 계약서가 없다고 월급·주휴수당·연차·퇴직금 같은 권리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3. 근로조건을 알려 주고 서면으로 적어 건네줄 의무는 사업주에게 있습니다. 근로자가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닙니다.
  4. '봤다'와 '받았다'는 다릅니다. 서명만 하고 사본을 받지 못했다면 사업주는 의무를 다한 것이 아닙니다.
  5. 조건이 바뀔 때에도 다시 적어 주어야 합니다. 시급 인상이나 근무일 변경도 마찬가지입니다.
  6. 의무를 어긴 사업주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입니다. 이것은 형사처벌이고, 과태료와는 다릅니다.
  7. 다만 그 돈은 국가에 내는 돈이지 근로자에게 오는 돈이 아닙니다. 밀린 임금을 받는 것은 완전히 다른 절차입니다.
  8. 아르바이트·계약직도 예외가 아닙니다. 기간을 정해 일하는 사람에 관한 별도의 법이 있다고 해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9. 직원이 5명이 안 되는 가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5명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 규정도 있어, 무엇이 적용되는지는 규정마다 다릅니다.
  10. 계약서가 없으면 약속한 조건을 따로 증명해야 합니다. 채용 공고 캡처, 문자·메신저, 급여 이체 내역, 근무표를 미리 챙겨 두십시오.
  11. 계약서 이름이 '용역계약서'이거나 3.3%를 떼였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자가 아닌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어떻게 일했는지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최신 법령·판례를 바탕으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