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주면서 차용증을 쓸 때 꼭 들어가야 하는 것은 빌려주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 금액, 돈을 실제로 건넨 날, 갚기로 한 날, 이자와 연체 시 이율, 그리고 양쪽의 서명 또는 도장입니다. 그런데 차용증을 아무리 꼼꼼히 써 두어도, 그것만으로 상대의 통장이나 집에 손을 댈 수는 없습니다. 압류를 하려면 법이 정한 집행권원(강제집행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공식 근거)이 따로 필요하고, 보통은 지급명령이나 소송을 거쳐 그것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 단계를 미리 건너뛰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공증사무소에서 차용증을 '갚지 않으면 강제집행을 당해도 좋다'는 문구가 들어간 공정증서로 만들어 두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 두면 나중에 재판을 다시 하지 않고 곧바로 집행 절차로 갈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오해가 자주 생깁니다. 공정증서가 있어도 '바로 집행'이 가능하다는 것은 재판을 건너뛴다는 뜻일 뿐, 돈이 저절로 통장에 들어온다는 뜻이 아닙니다. 공정증서를 만들어 두었어도 집행문을 받고 상대의 재산을 찾아 압류를 신청하는 일은 그대로 남습니다. 회수 절차 전체의 흐름은 돈을 안 갚습니다 — 빌려준 돈 받는 법, 상황별 절차 지도에 정리해 두었으니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이 글에서는 차용증에 무엇을 왜 적어야 하는지, 이자는 어디까지 정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공증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공정증서를 만든 뒤에는 어떤 일이 이어지는지를 순서대로 설명합니다. 참고로 이 글은 베껴 쓸 수 있는 양식을 나눠 주는 글이 아니라, 어떤 항목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글입니다.
차용증에는 무엇을 적어야 하나요?
차용증은 "돈을 빌려주었고 돌려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남겨 두는 문서입니다. 왜 이 문서가 필요할까요? 나중에 다툼이 생기면 법원은 기억이 아니라 남아 있는 자료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계좌이체 내역만 있으면 상대가 "그건 빌린 게 아니라 그냥 받은 돈"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돌려주기로 약속했다는 점이 문서에 드러나야 합니다.
아래는 차용증에 넣어야 할 항목과 그 이유입니다.
| 적을 항목 | 왜 필요한가 | 빠뜨리면 어떻게 되나 |
|---|---|---|
| 빌려주는 사람·빌리는 사람 (이름, 주민등록번호 또는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 | 나중에 사람을 특정해야 청구와 집행이 가능하다 | 동명이인이거나 주소를 몰라 절차가 늦어진다 |
| 금액 (한글과 숫자를 함께) | 다툼의 대상 그 자체다 | 숫자를 고쳤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
| 돌려주기로 했다는 문구 | 빌려준 것(소비대차)은 같은 종류·품질·수량, 즉 돈을 빌린 경우에는 같은 금액으로 돌려주기로 약정해야 성립한다(민법 제598조) | 빌린 것이 아니라 받은 것이라는 주장과 다투게 된다 |
| 돈을 실제로 건넨 날과 방법 | 이체 기록과 맞춰 "실제로 건넸다"를 증명한다. 이자 있는 대여는 빌린 사람이 돈을 받은 때부터 이자를 계산한다(민법 제600조) | 빌려준 사실 자체를 다투게 된다 |
| 갚기로 한 날(변제기) | 연체가 시작되는 기준일이며, 법적으로 돈을 받을 수 있는 기간(소멸시효)의 계산도 이날부터 시작된다 | 언제부터 청구할 수 있는지가 불분명해진다 |
| 이자율 (연 몇 %인지) | 약정이 있어야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자를 붙이기로만 하고 이율을 정하지 않았다면 법정이율은 연 5푼(연 5%)이다(민법 제379조) | 원칙적으로 무이자가 된다 |
| 연체 시 이율(지연손해금) | 갚기로 한 날을 넘긴 뒤의 배상액 기준이 된다 | 법정이율로만 계산된다 |
| 양쪽의 서명 또는 도장 | 문서가 진짜인지를 두고 벌어지는 다툼을 줄인다 | "내가 쓴 게 아니다"는 주장에 취약해진다 |
| (선택) 강제집행을 승낙한다는 문구 + 공정증서 | 소송을 건너뛰고 집행 단계로 갈 수 있다 | 지급명령이나 소송을 먼저 거쳐야 한다 |
실무에서는 보통 차용증을 두 부 만들어 양쪽이 각각 보관합니다.
이 가운데 갚기로 한 날은 특히 중요합니다. 그 날이 있어야 언제부터 연체인지가 분명해지고, 돈을 받을 수 있는 기간(소멸시효)도 그 날을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갚을 날을 적지 않으면 계산이 단순하지 않아집니다.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언제부터 세는지는 빌려준 돈, 언제까지 받을 수 있나요? — 소멸시효 기간과 시효 중단에서 따로 다루었습니다.
도장을 꼭 찍어야 하나요? — 서명·날인이 하는 일
차용증에 도장을 찍거나 서명을 하는 이유는 단순한 형식 때문이 아닙니다. 본인이나 대리인의 서명, 도장, 또는 지문이 있는 사문서는 진짜로 만들어진 것으로 일단 추정됩니다(민사소송법 제358조). 여기서 사문서란 개인이 만든 문서를 말하고, 진정하다는 것은 "그 사람이 실제로 작성한 문서다"라는 뜻입니다.
이 '추정'이 실제 재판에서 하는 일은 누가 먼저 증명해야 하는지를 바꾸는 것입니다. 서명이나 도장이 있으면, 그 문서를 근거로 청구하는 쪽이 "이건 진짜다"를 처음부터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줄고, 반대로 다투는 쪽이 "내가 쓴 게 아니다"라는 점을 밝혀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아 두셔야 합니다. 이것은 추정일 뿐 확정이 아닙니다. 도장이 찍혀 있으니 이제 위조 주장을 아예 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고, 상대가 반대되는 사정을 밝히면 추정은 깨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장 하나에 모든 것을 기대기보다, 이체 내역이나 문자 대화처럼 서로를 받쳐 주는 자료를 함께 남겨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자는 얼마까지 정할 수 있나요?
이자 상한은 법률과 대통령령이 2층으로 짜여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1층인 법률이 "최대 연 25퍼센트를 넘기지 말 것"이라는 범위를 정해 두고, 2층인 대통령령이 그 범위 안에서 실제 숫자인 연 20퍼센트를 정하는 구조입니다(이자제한법 제2조 제1항, 이자제한법 제2조제1항의 최고이자율에 관한 규정).
굳이 구조를 나눠 설명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수치를 정하는 것은 대통령령이고, 대통령령은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법이 20%로 정해 두었다"고 외워 두기보다, 계약할 시점의 상한이 얼마인지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참고로 같은 조문은 최고이자율이 약정한 때의 이자율을 뜻한다고 정하고 있어, 기준 시점은 돈을 갚는 때가 아니라 계약한 때입니다.
그렇다면 상한을 넘겨 정하면 어떻게 될까요? 넘는 부분은 무효입니다. 그리고 빌린 사람이 상한을 넘는 이자를 그대로 지급했다면 그 초과분은 원금에 충당되고, 원금이 모두 없어진 뒤에도 남는 금액은 돌려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문). 예를 들어 원금 1,000만 원을 연 40%로 정해 이자를 계속 냈다면, 상한을 넘는 부분은 이자로 인정되지 않고 원금을 갚은 것으로 처리되는 셈입니다. 다만 빌려준 원금이 10만 원 미만인 아주 적은 금액의 대차에는 이 상한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예외도 같은 조문에 들어 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판단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돈을 빌려준 사람이 고의나 과실로 이자제한법을 위반해 최고이자율을 넘는 이자를 받아 상대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았고, 원금에 충당하고도 남은 초과 지급액을 손해로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20다230239 판결). 초과분을 부당이득으로 돌려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불법행위 성립이 막히지도 않습니다. 정리하면 상한을 넘겨 주고받은 이자를 되돌릴 길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갈래로 열려 있다는 뜻입니다.
한편 상한을 넘겨 이자를 받은 경우에는 형사처벌 조항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 그 이상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개인끼리 빌려주는 것과 대부업자에게 빌리는 것은 근거 법률이 다릅니다
상한이 결과적으로 비슷해도 적용되는 법률이 다릅니다. 개인 사이의 금전대차는 이자제한법이, 등록한 대부업자의 대부는 대부업법이 규율합니다.
| 구분 | 근거 법률 | 상한의 구조 |
|---|---|---|
| 개인끼리 빌려주는 경우 | 이자제한법 | 법률이 연 25퍼센트 이내에서 대통령령에 위임 → 현재 연 20퍼센트 |
| 등록한 대부업자의 대부 | 대부업법 | 법률이 연 100분의 27.9 이내에서 대통령령에 위임(제8조 제1항) → 현재 연 100분의 20(같은 법 시행령 제5조 제2항) |
| 등록하지 않고 사실상 대부업을 하는 자 | 대부업법 | '불법사금융업자'로서 이자를 받을 수 없고 이자에 관한 약정은 무효(제2조 제7호·제11조 제1항) |
대부업자와 거래할 때 특히 알아 두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사례금·수수료·연체이자처럼 이름이 무엇이든 대부와 관련해 받는 것은 모두 이자로 봅니다(같은 법 제8조 제2항). 즉 이자를 낮게 적고 나머지를 수수료로 받는 방식은 상한을 피해 가는 수단이 되지 못합니다.
연체하면 얼마를 더 받을 수 있나요? — 지연손해금
갚기로 한 날을 넘기면 그 뒤로는 지연손해금이 붙습니다. 이름은 손해배상이지만 계산 방식은 간단합니다.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의 손해배상액은 법정이율로 계산하고, 법령의 제한을 넘지 않는 약정이율이 있으면 그 이율로 계산합니다(민법 제397조 제1항). 그래서 차용증에 연체 시 이율을 적어 두었다면, 상한을 넘지 않는 한 그 이율이 기준이 됩니다.
돈을 빌려준 쪽에 유리한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같은 조문에 따라 돈을 받을 사람은 자기가 얼마나 손해를 봤는지 증명할 필요가 없고, 갚을 사람은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항변할 수 없습니다. 늦게 갚았다는 사실만으로 지연손해금이 인정되는 구조인 셈입니다.
실무적인 이야기를 하나 덧붙이면, 대법원은 금전을 빌려주면서 약정이율에 따른 이자를 구하는 경우 갚기로 한 날 이후의 기간에 대해서는 약정이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설령 약정이율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법정이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구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7. 9. 26. 선고 2017다22407 판결). 그러니 청구 서류에 지연손해금을 세밀하게 적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못 받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차용증만 있으면 상대 재산을 압류할 수 있나요? — 집행권원이라는 벽
여기가 많은 분이 잘못 알고 있는 지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차용증만 들고 상대의 통장을 압류할 수는 없습니다. 강제집행은 아무 서류로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해 둔 집행권원에 기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판결이 대표적이고, 확정된 지급명령도 그 목록에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차용증과 이어지는 항목이 있습니다. 공증인이 일정한 금액의 지급 등을 목적으로 하는 청구에 관하여 작성한 공정증서로서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승낙한 취지가 적혀 있는 것"도 집행권원이 됩니다(민사집행법 제56조 제4호). 다시 말해 차용증을 공정증서로 만들면서 "갚지 않으면 강제집행을 당해도 좋다"는 문구를 넣어 두면, 그 증서 자체가 판결과 나란히 강제집행의 근거가 됩니다.
그러니 선택지는 이렇게 갈립니다. 공증을 해 두지 않았다면 먼저 집행권원을 만들어야 하고, 그 방법으로는 서면 심리로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는 지급명령이나, 소액 사건을 간단하게 다루는 소액사건심판이 있습니다. 반대로 공정증서를 미리 만들어 두었다면 이 단계를 건너뜁니다.
공증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 인증과 공정증서
"차용증 공증하러 왔습니다"라고 하면, 실제로는 성격이 다른 두 가지 중 하나를 하게 됩니다. 공증인의 일은 촉탁(당사자가 공증인에게 맡기는 것)에 따라 ① 법률행위 등에 관한 공정증서를 작성하는 일과 ② 당사자가 만든 문서(사서증서)를 인증하는 일로 나뉩니다(공증인법 제2조 제1호·제2호). 둘의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사서증서 인증 | 공정증서(집행증서) |
|---|---|---|
| 누가 문서를 만드나 | 당사자가 써 온 문서 | 공증인이 촉탁을 받아 직접 작성 |
| 공증인이 하는 일 | 공증인 앞에서 서명·날인하게 하거나 그 서명·날인이 본인의 것임을 확인하게 한 뒤 그 사실을 증서에 적는다(공증인법 제57조 제1항) | 법률행위의 내용을 공정증서로 작성한다 |
| 강제집행을 바로 할 수 있나 | 아니다 | 강제집행을 승낙한 문구가 있으면 가능 |
| 주로 쓰는 국면 | 문서가 위조가 아님을 뒷받침할 때 | 소송을 거치지 않고 집행권원을 미리 확보할 때 |
표에서 인증은 강제집행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해서 인증이 쓸모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인증은 단지 그 자체로 강제집행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일 뿐, 나중에 "그 차용증은 내가 쓴 게 아니다"라는 다툼을 줄이는 데는 여전히 유용하게 쓰입니다.
공증의 값어치는 '이길 확률'이 아니라 '시간'입니다
상담에서 "공증을 하면 재판에서 이기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질문의 초점이 조금 어긋나 있습니다. 공정증서가 바꾸는 것은 승패가 아니라 순서와 시간입니다.
차용증만 들고 있으면, 돈을 받기까지 지급명령이나 소송으로 집행권원을 만드는 단계를 먼저 지나야 합니다. 상대가 다투기 시작하면 그 단계에서만 몇 달이 갑니다. 그런데 그 몇 달은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단순한 기다림이 아닙니다. 그 사이에 상대의 재산이 빠져나갑니다. 실무에서 반복해 마주치는 안타까운 장면이 바로 이것입니다. 판결은 받았는데, 그사이 상대가 재산을 모두 처분해 버려 압류할 것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경우입니다.
앞서 본 강제집행 승낙 문구가 들어간 공정증서를 미리 만들어 두면 그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집행으로 갑니다. 그래서 공증의 진짜 값어치는 "확실히 받는다"가 아니라 "상대가 재산을 정리하기 전에 손을 댈 수 있다"에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차용증을 공정증서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공증에는 절차와 비용이 들고, 금액이나 상대와의 관계에 따라 실익이 다릅니다. 금액이 크거나 회수에 시간이 걸릴 것 같은 거래라면 처음부터 검토해 볼 값어치가 있습니다.
대리인을 보내 공증받아도 될까요?
실무에서 가장 마주치는 안타까운 사례가 있습니다. 빌린 사람이 바쁘다고 해서 위임장만 받아 대리인을 세워 공정증서를 만들어 두었는데, 막상 집행에 들어가자 그 사람이 "그런 위임을 한 적 없다"고 다투는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이 문제를 집행인낙(강제집행을 당해도 좋다는 승낙)의 표시가 공증인 앞에서 직접 해야 효력이 생기는 소송행위라는 데서 출발해 판단했습니다. 소송행위는 본인이 직접 하거나 확실한 대리권을 가진 사람이 대신해야만 효력이 인정됩니다. 그래서 대리권 없는 사람의 촉탁으로 만들어진 공정증서에 대해 "채무명의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6다2803 판결). 여기서 '채무명의'는 예전에 쓰던 용어이고, 지금은 같은 개념을 집행권원이라고 부릅니다. 게다가 위 판결은 나중에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정한다 해도, 그 인정(추인)이 공증인에 대해 그 의사표시를 공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무효인 증서가 되살아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말하자면 공정증서는 내용이 진실한지와 별개로, 만들어진 절차가 어긋나면 그냥 종이가 됩니다. 애써 비용과 시간을 들였는데 정작 집행 단계에서 무너지는 것이지요. 그러니 결론은 "대리인을 쓰면 안 된다"가 아니라, 대리인을 통해 공증을 받는다면 위임 관계가 분명하게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리 촉탁에는 위임장과 인감 관련 서류가 필요합니다. 대리 촉탁에는 본인이 인감도장으로 날인한 위임장, 채무자의 인감증명서, 그리고 대리인의 신분증이 필요한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공증사무소마다 요구 서류가 다를 수 있으므로, 방문하려는 공증사무소에 미리 확인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공정증서를 만든 뒤에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공정증서를 만들었다고 해서 그 종이 한 장만으로 바로 압류가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강제집행을 시작하려면 집행문(그 증서로 집행을 해도 된다는 확인을 덧붙인 문서)을 먼저 받아야 하는데, 이 집행문을 누가 내어 주는지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공증인이 작성한 증서의 집행문은 법원이 아니라 그 증서를 보관하고 있는 공증인이 내어 줍니다(민사집행법 제59조 제1항). 즉 증서를 만든 공증사무소로 다시 가야 합니다.
그 다음은 일반적인 강제집행과 같습니다. 상대의 예금·급여·부동산 같은 재산을 찾아 압류를 신청하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재산을 어떻게 찾고 어떤 순서로 압류하는지는 앞서 소개한 회수 절차 지도에서 다루었습니다.
반대로 돈을 빌린 쪽이라면 여기서 꼭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일단 만들어진 공정증서는 스스로 멈추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채무자 또는 그 대리인의 유효한 촉탁과 집행인낙에 터잡아 작성된 공정증서를 근거로 강제집행이 진행된 사안에서, 그 증서에 적힌 청구권의 바탕이 되는 법률행위에 무효 사유가 있더라도 청구이의의 소 등으로 절차가 적법하게 취소·정지되지 않은 채 계속 진행되어 압류와 그에 따른 명령이 적법하게 확정되었다면 그 효력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고, 다만 무효인 부분에 대해서는 집행을 한 채권자가 부당이득을 돌려주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다70024).
이 판단이 알려 주는 실천적인 결론은 분명합니다. 증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됩니다. 청구이의의 소처럼 절차를 멈추기 위한 방법을 제때 써야 하고, 시간이 지나 집행이 끝난 뒤에는 돈을 돌려받는 별개의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보증인을 세운다면 서면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돈을 빌려주면서 보증인을 세우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때 보증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그 의사가 표시되어야 효력이 생기고, 보증 의사가 전자적 형태로 표시된 경우에는 효력이 없습니다(민법 제428조의2 제1항). 그러니 "말로 보증을 섰다"거나 메신저로 "내가 책임질게"라고 한 것에 기대는 것은 위험합니다. 보증인이 직접 서명하거나 도장을 찍은 서면을 남겨 두어야 합니다.
안 갚는 것과 사기는 다른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정리하겠습니다. 돈을 갚지 못하는 것과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사기죄에는 애초에 갚을 뜻이나 능력이 없었는데 속여서 돈을 받았다는 등의 별도 요건이 필요하고, 갚지 못했다는 결과만으로 곧바로 범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 부분은 사기당했을 때, 사기죄로 고소하는 법과 성립 요건에서 따로 다루었습니다.
갚으라고 요구한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 두고 싶다면 내용증명 보내는 법도 함께 참고하세요.
이럴 때는 바로 변호사와 상담하세요
- 금액이 커서 공정증서로 만들어 둘지 판단이 필요한 경우
- 상대가 대리인을 보내겠다고 하거나, 이미 대리인을 통해 공정증서가 만들어진 경우
- 이미 만들어진 공정증서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생각되어 집행을 멈추고 싶은 경우
- 갚기로 한 날을 적지 않아 언제부터 청구·연체인지 애매한 경우
- 약정 이자가 상한을 넘긴 것으로 보이거나, 이미 초과 이자를 지급한 경우
- 이자를 수수료·사례금 등 다른 이름으로 주고받는 구조가 끼어 있는 경우
- 보증인을 세웠는데 서면이 없거나 내용이 불분명한 경우
- 갚을 날이 한참 지나 소멸시효가 걱정되는 경우
차용증과 공증은 문제가 생긴 뒤보다 빌려주기 전에 손을 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영역입니다. 애매하다고 느껴지는 시점에 한 번 확인해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응입니다.
핵심 요약
- 차용증에는 양쪽의 인적사항, 금액, 돌려주기로 했다는 문구, 돈을 건넨 날과 방법, 갚기로 한 날, 이자율과 연체 시 이율, 서명 또는 도장이 들어가야 합니다.
- 갚기로 한 날은 연체가 시작되는 지점이자 돈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을 세는 기준이므로 반드시 적어 둡니다.
- 서명이나 도장이 있으면 그 문서는 진짜로 추정됩니다. 다만 추정이지 확정이 아니어서, 이체 내역·문자 대화 같은 자료를 함께 남겨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 이자 상한은 법률이 범위를 정하고 대통령령이 수치를 정하는 2층 구조입니다. 대통령령은 바뀔 수 있으니 계약할 시점의 상한을 확인해야 하고, 넘는 부분은 무효이며 초과분은 원금에 충당됩니다.
- 차용증만으로는 압류할 수 없습니다. 강제집행은 법이 정한 집행권원에 기초해야 하고, 보통은 지급명령이나 소송으로 그것을 만듭니다.
- 차용증을 강제집행을 승낙한다는 문구가 들어간 공정증서로 만들어 두면 그 소송 단계를 건너뛸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시간을 아끼는 것이지 회수를 보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 공증은 인증과 공정증서로 나뉘고, 강제집행까지 이어지는 것은 공정증서 쪽입니다. 인증은 위조 다툼을 줄이는 데 쓰입니다.
- 공정증서의 집행문은 법원이 아니라 그 증서를 보관하는 공증인이 내어 줍니다.
- 대리인을 통해 만든 공정증서는 위임 관계가 확실하지 않으면 집행권원이 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 이미 만들어진 증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가만히 있으면 안 되고 절차를 멈추기 위한 방법을 제때 써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최신 법령·판례를 바탕으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